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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정국 감안 공세강도 조절(미·일무역전쟁:어느선까지 확산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나친 압력은 연정붕괴 우려
일본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미국은 서서히 또다른 성장을 위해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미국의 대일 압력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데 대해 미국내에서 조차 그럴 필요가 있었느냐는 일부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시애틀 정상회담을 계기로 가시화된 미국의 아시아 중시전략(아시아 시프트) 측면에서 보면 일본이 미국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어 일본에 대한 제재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시애틀 회담에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환태평양 경제공동체 구상 등을 통해 미국의 아시아 시프트 의도를 성공적으로 표현한바 있다. 지난해 2월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직후 미 중앙정보국에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의 경제현황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토록 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경제는 불황을 탈출하면 높은 저축률 등에 힘입어 또 다시 성장률이 미국을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미국의 무역규모를 보면 이미 아시아의 중요성은 유럽을 능가하고 있다. 92년 미국의 유럽지역과 2천억달러의 교역에 그친데 반해 아시아지역과는 3천1백억달러에 달했다.
더군다나 아시아지역은 이미 일본의 「엔경제권」에 종속되어 가고 있다. 90년의 경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이 제공받은 정부개발원조(ODA)의 54%가 일본으로부터 흘러들어갔다.
반면 미국은 7% 밖에 제공하지 않았다. 또 일본 제조업의 아시아 수출은 92년 6월 현재 60% 정도가 엔화로 결제되고 있다.
이같은 측면에서 미국이 아시아 시프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본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상존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통상정책의 교과서처럼 여겨지고 있는 프레드 버그스틴 미국국제경제연구소장·마커스 놀런드 경제자문회의 수석위원 공저 『화해할 수 없는 차이』(RECONCILABLE DIFFERENCES)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비관세장벽 및 유통 등 구조적 측면의 개선과 자동차·반도체 등 개별분야의 문제개선을 동시에 진행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것은 「환율관리」로 『달러화에 대한 1%의 엔고는 일본의 대미무역흑자를 10억달러 삭감한다』고 밝히고 『3년간의 장기목표를 설정해 일본에 수치목표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배경으로 미뤄 미국의 대일 보복공세는 무역적자 및 불공정무역행위 등을 이유로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미국이 힘을 행사할 수 있는 한 계속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의도에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총리는 비교적 협조적인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공세는 다소 선별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개혁·관료제 타파를 외치고 있는 호소카와 총리가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때 지나친 공세는 일본 연정의 붕괴와 자민당의 재출현을 가능케할 수도 있어 미국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관료제에 대해서는 클린턴 대통령도 18일 라디오방송을 통해 미국의 일본시장 접근을 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미키 캔터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일본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보복을 경고했으나 30일간의 시간을 주었고 일본이 시장개방 등 대책마련에 황급히 나선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미일간의 경제전쟁은 열전과 휴전이 반복되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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