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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대기업들도 “민감”/러시아·중국 통해 정보수집 총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 핵탄 2개분 플루토늄 추출 결론/긴장고조땐 해외자본 유치 큰 장애
이달초부터 국내 주요기업들이 가장 신경을 쓴 문제는 국회 노동위와 동부그룹의 정치자금을 둘러싼 공방전이나 설날 자금조달 문제가 아니었다. 기업들이 사내 정보팀과 경제연구소,해외지사들을 총동원해 가장 신경을 곤두세워 수집한 정보는 북한의 핵문제였다. 이들은 여러경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취합,최근 그룹 오너에게 「종합보고서」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문제는 보통사람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지만 그룹의 오너들에게는 만의 하나라도 핵문제로 인해 물리적 충돌이라도 일어나면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민감한 사안.
그래서 일부 기업에서는 최근 국내외에서 전개되고 있는 불투명한 경영환경 가운데 북핵을 가장 위협적인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기업의 전략적 차원에서 북핵 관련정보를 수집했고,이를 확인하기 위해 해외지사를 동원하는 등 나름대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기업들은 미국보다는 러시아와 중국을 북한내부 사정에 가장 정통한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두나라는 정국의 불투명성이 높아 우리 기업들이 어느 지역보다 정보동향에 신경을 쓰는 곳이며 특히 러시아의 주요 연구소들과는 값싼 첨단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잦은 접촉을 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최근 러시아의 6개 핵관련연구소(북한 핵과학자들은 소련 붕괴전에 이 연구소에 파견돼 핵개발 기술을 전수받았다)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 상황을 역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이들은 북한이 이미 핵탄두 2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했고 단지 러시아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핵탄두 폭발기술과 운반장치(미사일)의 자체 개발이 어느 수준까지 진척되었는가가 관건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이들은 북한이 이미 핵탄두 2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출했고 단지 러시아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핵탄두 폭발기술과 운반장치(미사일)의 자체 개발이 어느 수준까지 진척되었는가가 관건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이들은 북한이 경제력의 차이로 남한과 재래식 군비경쟁이 더 이상 불가능해 앞으로 핵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미국도 북한의 핵개발이 완료되면 동북아의 모든 국가들이 핵무장에 나설 수 밖에 없어 경제제재 등 대북 강경공세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개발해놓은 것으로 안다』는 최근 미 국방부와 일본 정계 실력자인 오자와씨의 잇따른 발언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보고서는 조금씩 차이는 나지만 강경대립이 계속될 경우 최악의 상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전반적으로 상당히 비관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고서는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언론이 지나치게 핵긴장을 강조한 반면 조총련 등 북한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일본 언론이 조용한 상황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련의 상황이 미국의 매파에 의해 한반도에 무기를 팔기 위한 목적으로 왜곡되어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 정부의 행정규제 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장 북한 핵문제로 인한 긴장이 고조되면 해외자본의 국내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제정치 차원의 북핵문제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그러나 이처럼 우리의 「많은 것」이 걸려있는 북핵문제가 정작 우리 정부와 국내 기업들은 전혀 이니셔티브를 행사할 수 없는 고공에서,미국과 북한의 대결로만 진행되고 있는 사실을 더욱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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