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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몇번 항의해도 안고쳐주더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무서워서 혼났어요.온통 새까만데 그것도 엘리베이터안에 갇혀서….』 7일 오전 서울노원구중계3동 시영아파트 2단지.주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삼삼오오 관리사무소.복도등에 모여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전날밤 일어났던 정전사고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40분간이나 갇혀『기절할 뻔 했었다』는 주민 李勝子씨(64)는『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쯤 올라가는데 갑자기 턱 멈추더니 동시에 불도 나가버려 깜깜해지더군요.시간이 흐르면서 겁이 나 계속 소리만 질렀죠』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고는 아파트에 자체적으로 설비한 자가발전시설의 변류기와 한전에서 설치한 고압차단기가 서로 맞지않아 차단기안의 퓨즈가 고장을 일으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주민들이 단순(?)한 정전사고로 이렇게 흥분하는 것은아니었다.바로 얼마전에도 이와 같은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지난해 10월에도 같은 원인으로 정전사고가 일어나 주민들이 아파트 관리를 맡고 있는 S산업에 항의소동을 벌이는등그동안 수차례 시설교체를 요구했는데도 변류기나 차단기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더욱이 이곳 시영아파트 2단지는 전체棟 1,2층이 장애인들에게 특별분양된터여서 불안은 더욱 컸다는 주민들의 얘기다.하반신장애자 金모씨(29)는『평소에도 몸이 불편해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데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 불안하기 짝이 없다 』며『이번엔반드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원인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제때 바로잡지 않아 똑같은 사고를재연시키는 당국자들의 무사안일한 근무자세를 보고 우리 사회의 개혁은 아직 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方情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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