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투톱 1000만관객 향하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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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실미도'의 한 장면

한국형 블록버스터 두 편이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대를 다시 열고 있다.

<실미도>(시네마서비스, 강우석 감독)와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 필름, 강제규 감독)가 '한국 영화의 힘'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지난 달 24일 개봉되어 2003년을 깔끔하게 매조지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는 2004년 새해 벽두를 활짝 열어젖히며 개봉 19일 만인 지난 11일 한국 영화 사상 최단 기간에 500만 돌파 기록을 세웠다. 강제규 감독이 <쉬리> 이후 5년 만인 다음달 6일 개봉하는 <태극기 휘날리며>는 이 기세를 고스란히 이어받을 태세. 장동건 원빈이라는 걸출한 스타들과 순수제작비만 148억 원에 이르는 대작의 감동은 영화팬들의 조바심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영화의 두 축을 담당하고 있는 강우석 감독과 강제규 감독. '충무로 양강'이 연이어 내놓은 한국형 블록버스터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조명해 본다.

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동전의 양면 같은 영화다. 나란히 등을 맞대고 있기도 하지만 서로가 바라보는 지점에 대한 시선은 약간씩 엇갈린다.

우선 두 영화는 나란히 가슴 아픈 우리의 역사를 소재로 삼았다. <실미도>는 1971년 북파 공작 훈련을 받던 훈련병들이 탈출, 청와대로 향하다가 자폭한 현대사를 조명하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도 현대사에서 가장 큰 비극인 한국전쟁이 영화의 주 무대다.

아울러 두 작품은 역사의 도도한 물결에 휩쓸려 흘러가는 개인들에게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다. 어찌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에 휘말린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굴절되어 가는지를 통해 역사와 전쟁의 냉정한 잔인함을 그리고 있다.

<실미도>의 훈련병들의 목적은 단순했다. 김일성의 '목을 따' 자신들을 옥죄고 있는 사회적인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조변석개하는 당국의 정책이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동기'를 잃어버린 훈련병들은 결국 역사의 흐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게 된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전쟁 속의 형제애가 주제다. 애국심 같은 개인적인 의지와는 상관 없이 전쟁의 한 가운데로 밀려 나온 형제는 서서히 변해간다. 동생 원빈을 제대시키기 위해 형 장동건은 북진 대열의 맨 앞에 선다. 이념과 사상 없이 오직 동생의 생존을 위해서 전쟁 영웅이 된다. 원빈은 이런 형이 원망스럽다.

반면 두 영화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큰 차이점도 갖고 있다. 바로 영화화 과정에서의 우직함과 화려함의 차이다.

사실 <실미도>는 그동안 수십 차례나 영화화되려다 실패한 바 있다. 워낙 비밀시되던 소재인 데다 사건 관련자들이 아직도 생존해 있기 때문에 시각 정리가 쉽지 않았다. 더욱이 엄청난 규모의 제작비를 감당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결국 강우석 감독처럼 자본과 기획력이 있는 인물이 아니면 애초부터 감당할 수 없었던 프로젝트였다. 소재 자체가 일반인에게는 엄청난 충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강우석 감독은 영화에 기교와 특별한 장치를 삽입하지도 않았다. 순진하게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기 위해 애썼다.

반면 <태극기 휘날리며>는 드라마틱한 시나리오와 역동적인 화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실제 전투를 보는 듯한 화려한 비주얼과 감정선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스토리가 장점. 강제규 감독은 "전투가 아닌 전쟁을 그린 영화"라는 말로 스펙터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반에게 공개된 예고편에서 핸드헬드 카메라가 쫓는 전투신과 입이 벌어지게 하는 군중신, 그리고 디지털 작업을 통해 탄생한 독특한 색감 등을 통해 화려함의 단편을 엿볼 수 있다.

일간스포츠=박창진·김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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