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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화 제작연대 알려진것보다 1세기 앞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 ○… ○… ○… ○… ○… ○… ○… 高麗佛畵의 제작연대를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1세기가량 올려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영국 런던大 아시아-아프리카동양학연구소 朴英淑교수(52)는 湖巖미술관 초청으로 4일 오후 삼성생명빌딩 국제회의실에서 고려불화 특별강연 을 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이제까지 고려불화 대부분은 14세기에 제작됐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다.이 14세기 설은 현재까지 발견된 1백여점의 고려불화 가운데 刊記가 적힌 작품이 서너점에 불과하고 이들 모두가 14세기에 제작된 사실에서 연유한 추정이다.
…○ …○ …○ …○ …○ …○ …○ …○ 새 주장을 발표한박교수는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고려불화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고려불화 전문가.
박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문양에 관한 기존의 연구바탕 위에 특히 불화제작과 발원자와의 관계,불화제작의 모태가 되는 불교설화등을 광범위하게 인용하면서 고려불화의 주요 작품들이 고려의 대몽항쟁기나 그 이전,즉 13세기에 제작됐다는 주 장을 폈다.
박교수가 예증으로 든 작품은 일본에 소장된『수월관음도』『지장삼존도』등 두점.
일본 교토 다이도쿠지(大德寺)소장의『水月觀音圖』와 가마쿠라 엔카쿠지(圓覺寺)소장의『地藏三尊圖』는 모두 높이 2m가 넘는 대작으로 크기뿐 아니라 화려함.섬세성에서 고려불화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수월관음도』는 善財동자가 보타락가산의 관음보살을 만나는 장면을 담은 화엄경 입법계품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다른『수월관음도』와는 달리 선재동자 말고도 龍王과 신하들이 관음보살에게여의주등 공양물을 바치는 모습과 꽃가지를 입에 문 새의 모습이나타나 있다.
박교수는 우선 이 그림에 나타난 문양들이 12세기 전성기의 고려청자나 나전칠기 문양과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교수는 의상대사가 낙산사를 조성하기에 앞서 동해용왕으로부터수정염주.여의주 등을 받고 관음의 진신을 보았다고 한『三國遺事』낙산사 창건설화를 들어 이 그림의 용왕등은 그 설화를 도상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교수는 이런 점을 종합할때 이『수월관음도』는 왕실의 발원으로 이민족의 침입에 맞서「관음이 주처하는 나라」라는 민족혼을 일깨운 그림이라고 결론짓고 따라서 간기는 없지만 이 그림의 제작연대는 13세기 전반으로 추정이 가능하다고 주장 했다.
박교수는『지장삼존도』 역시 지장경에 의하기 보다 중국 九華山金地藏을 그린 새로운 도상방식의 지장도라고 주장했다.지장왕으로도 불리는 김지장은 중국에서 환생한 지장보살이란 대접을 받으며나중에 구화산을 지장신앙의 성지로 만든 신라승 金喬覺이다.박교수는 이 그림이 왕실의 발원으로 신라인 김지장을 나타냄으로써 국난기,즉 13세기 중반께 민족의 우수성을 새삼 강조하기 위해제작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연회에는 박교수의 남편이자 세계적 돈황미술 전문가인 로드릭 위트필드 교수도 참석해『돈황불화』에 대해 강연을 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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