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규사건」 파장/여 내부갈등 야 공세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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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정계 “물갈이신호” 민주계 “억측”/민자/“「돈봉투」 관심 돌릴 기회”… 매일 성명/민주
박재규 전 의원에 대한 수뢰 고발과정에 6공 청와대와 배명국의원(민자) 등이 개입돼 있다는 전대월씨의 폭로로 여야 정치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민자당내 민정계 의원들은 이번 사건을 「물갈이」의 신호탄으로까지 해석하며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를 계기로 과거 정권의 정치공작 실체들이 규명돼야 한다고 대여 공세 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추이 예의주시
○…민자당은 계파간에 이 사건에 대한 확연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정계 의원들은 무엇보다 이번 사건이 터져나온 시점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즉 지난 1일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한 당무계획과 일련의 연관성이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따라서 그 직후 이번 일이 터져나옴으로써 사실상 세대교체 작업이 착수된 것으로 추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민정계 한 중진의원은 『이번 사건이 터져나온 시기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우연인지는 몰라도 당무보고와 맞물려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의구심마저 제기하고 있는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의구심에 대한 근거로 이번 사건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을 꼽고 있다. 배명국·김영일의원이 공교롭게도 5,6공의 핵심 인사들인데다 이른바 민주계의 텃밭인 경남의 지역구출신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해 민주계 인사들은 펄쩍 뛰며 부인하고 있다.
한 민주계 재선의원은 『터무니없는 억측에 불과하다』며 『그같은 정치공작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과거정권의 정치공작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다.
그는 『김 대통령 스스로가 과거 야당시절 정치공작의 최대 피해자』라면서 『아직 당론이 모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냥 덮어둘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민주계를 비롯한 당지도부의 고민도 없지 않다. 바로 우루과이라운드(UR) 국회비준 절차가 남아있는 탓이다. 이번 일이 자칫 민정계를 자극할 경우 집단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비준통과를 낙관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진상규명 촉구
○…민주당은 민자당이 박재규사건을 「과거 일」이라며 묻어두려 하자 또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의 요구는 두 가지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이다.
박지원대변인은 박재규사건은 일이 진전돼 나가는 것을 보며 계속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분명한 마무리를 짓지 않으면 임시국회에서도 철저히 따지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과거 군사독재정권에 야당이 당해온 정치공작을 기억하게 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민자당 내부 갈등을 촉발할 요소까지 안고 있어 민주당으로선 꽃놀이패를 두는 셈이다.
특히 국회 노동위 돈봉투사건으로 민주당 의원 2명이 맞고소,민주당만 흙탕물을 뒤집어 쓰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건을 민자당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사건이 터진뒤 매일 성명전을 벌이고 있는데,3일 또다시 김용석 부대변인의 논평을 내 『청와대와 민자당은 박재규사건이 정치공작으로 일어난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 부대변인은 『돈을 주고 매수한 사실이 분명히 밝혀졌고 배명국·김영일의원 등을 통해 당시 청와대가 깊이 간여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입을 다무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신성호·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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