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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계뛰는서울>4.생활환경 개선 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공룡도시」서울-.
서울에 사는 시민들은 서울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그 대답은한결같이 교통체증에 시달리고,수질오염.대기오염등 각종 공해에 찌들어 숨도 제대로 못쉴 지경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외적 환경이 쾌적하고 행복하게 살 수있는 조건들과는 너무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가 92년7월 서울에 거주하는 10세 이상 시민 4백99명에 대해 실시한「서울 이미지」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나있다.〈표참조〉 조사에서「서울」하면 연상되는 색깔을 50%가 회색이라고 응답했고 파란색 11.1%,검은색 9.3%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명중 6명이 서울에서 회색과 검은색의 어둡고침침한 면을 연상할만큼 서울의 외형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음을 입증하는 좋은 예다.
또 서울에 알맞은 별명을 지어보라는 요청에 대해 46.3%가별명을 지어줄만한 것이 없다고 대답했고 회색도시(6.7%),교통지옥(3.8%),인간시장.콩나물시루(3.3%),무질서.무법지대(2.4%),안개도시(2.0%)라고 해 정감이 가는 별명 하나마저 얻지 못할만큼 서울은 시민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었다.
이같은 반응은 서울시가 93년5월 서울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남녀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에 대한 종합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이 조사에 따르면 67.4%가 서울의 환경오염에 대해 매우 심하다고 응답했는데 그중 대기오염을 가장 심각하게 느낀다는 사람이 77%를 차지하고 있었다.생활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자동차는 오히려 짐이 된지 오래다.출퇴근 시간대는 말 할 것도 없고 하루종일 막히지 않는 곳이 없다.
수돗물 또한 끓이지 않으면 마시지 못하고 대기오염도 세계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큰 골칫거리다.대기중의 아황산가스 오염도도 로스앤젤레스나 도쿄.뉴욕.런던.파리에 비해 훨씬 높다.
먼지 오염도도 뉴욕.로스앤젤레스.도쿄보다 심각한 상태다.
트럭.버스등은 아황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경유를 사용하고,난방연료로 연탄이나 벙커C유를 사용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공원.임야등 녹지지역은 택지개발 등으로 매년 잠식당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공원면적이 80년대에 1백77.6평방㎞이던 것이 90년대에는 1백59.4평방㎞로 부쩍 줄어들었다.
1인당 공원면적을 외국의 주요 도시와 비교해봐도 크게 부족한실정이다.서울은 1인당 공원면적이 8.5평방m인데 비해 도쿄 66.3평방m,파리 63.1평방m,런던 26.2평방m,뉴욕 14.1평방m로 모두 서울보다 훨씬 넓다.
그나마 서울의 공원은 대부분 외곽에 편중돼 있고,도심은 빌딩숲으로 둘러싸인채 거대한 회색도시를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도시계획 정책이 보존보다는 개발위주로 시행됐기 때문에 녹지 훼손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아마 도시에 있는임야를 깎아 주택으로 개발하는 경우는 우리나라 뿐일 겁니다.』서울시 金實공원과장의 녹지훼손에 대한 지적은 우리나라 도시개발정책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게 하는 부분이다.
金과장은『우리 후손들에게 쾌적하고 깨끗한 국토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환경공채를 발행해서라도 사유 임야를 매입해 개발하지 말고 보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교통.환경등 서울의 외형적 조건들은 선진 외국도시들에비해 크게 열악하다.
시민들이 문화적 생활을 누릴 수 있는 박물관.미술관.공연장.
공공도서관 등 문화시설도 역시 외국의 주요 도시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박물관은 서울이 인구 1백만명당 2.5개에 불과한 반면 파리40개,뉴욕 20.8개,도쿄 16.2개로 나타났다.
공공도서관 역시 서울은 인구 1백만명당 1.5개인 반면 런던은 41.5배나 많은 62.3개였고 뉴욕 28.3개,도쿄 20.2개로 서울과 비교하는 것이 민망할 지경이었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경제성장에 온 힘을 기울이다 보니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왔습니다.그러나 물질적인 풍요와 함께 정신적 풍요가 어우러지지 않으면 인간은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습니다.』 서울大 사회학과 金璟東교수는『우리나라는 경제성장등 외형적 발전은 상당한 수준에 달했지만정신적 문화는 크게 뒤떨어져 많은 사회문제를 초래했다』며『우리가 겪고 있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무질서.외래문화 모방등 각종 사회병리현상은 물질만 능주의로 인한 정신의 황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金교수는 이같은 서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울로 집중돼 있는 정치경제적.사회문화적 자원을 하루속히 전국으로 공정하게 분산시켜 인구와 자원의 서울집중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李啓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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