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들이 말하는 「박재규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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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원직사퇴 대가로 석방 제안/박재규 전 국회의원
박재규 전 의원은 『방제협회 회장 이건영씨한테서 받은 돈은 뇌물이 아니었다』고 강조하면서 『사건 전모가 모두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폭로내용을 어떻게 보나.
▲펑소 막연히 추측했던 사항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드러나 새삼 놀랐다.
­배명국의원의 사주를 받았다는 전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배 의원측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떨쳐 버릴 수 없다. 89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직후 지역구에 『곧 보궐선거가 있다』는 등 소문이 퍼졌다.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일 때 지역유지 3,4명이 찾아와 『당신이 의원직만 사퇴하면 보석으로 풀려나게 하겠다고 제안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6공 실세들의 개입가능성은.
▲89년 9월 고 김동영의원이 『박철언의원이 당신 문제의 키를 쥐고 있다』고 귀띔,고위층까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생회사서 준 돈은 모르는 일/배명국 민자의원
­배 의원과 전씨중 누가 만나자고 했나.
『전씨쪽에서 여러번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창원시내의 한 가게에서 만났다. 그가 전세금 이야기를 하는 등 어려움을 털어놓았고 서울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여비조로 2백만원을 주었다. 그러나 그후 금품을 준 적은 없다.』
­전씨가 배 의원의 동생이 경영하는 회사로부터 받은 수표와 번호까지 제시했는데.
『그 부분은 잘 모르는 일이다.』
­전씨로부터 박 전 의원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처리했나.
『평소 가까이 지내던 정구영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했다. 그랬더니 만나자고 하더라. 그러나 약속 장소인 하얏트호텔에는 정 수석 대신 김영일비서관이 나왔다. 그 자리에서 전씨와 박 전 의원 문제를 얘기했다. 전씨는 그러나 통장 등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후 진행상황은 모르며 나중에 보도를 통해 박 전 의원 사건을 접했다.』
◎뇌물이면 왜 수표로 줘겠는가/이건영 당시 방제협회장
박재규 전 의원에게 2억여원을 건네줬던 이건영 당시 방제협회 회장(49)은 『20년간 지기인 박 의원에게 주택구입자금으로 쓰라며 돈을 준건 사실이지만 결코 뇌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2억원은 왜 건네줬나.
▲74년부터 친구로 지낸 박 의원이 하숙하며 어렵게 지내는 것을 보고 89년 5월 박 의원 하숙방에서 집이나 한채 마련하라며 주었다.
­돈을 준 사실이 어떻게 알려졌다고 생각하나.
▲누구에게도 발설한 적이 없으며 전대월씨만 박 의원의 지시로 서울 신림동 재개발지구 입주권과 땅을 계약하면서 알게 됐다.
­농약관리법 개정 청탁과 관련된 뇌물은 아닌가.
▲방제협회 자금이었던건 사실이나 회장을 맡고 있어 융통성있게 사용할 수 있었으며 결코 뇌물은 아니었다. 뇌물이었다면 수표로 주었겠는가.
­검찰수사는.
▲수사관들이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자백을 강요했다.
◎정상적 경로 통해 검찰에 넘겨/김영일 당시 사정비서관
­전대월씨와 만난 사실이 있나.
『당시 정구영 민정수석비서관이 대신 가라고 말해 하얏트호텔에서 배명국의원과 전씨를 만났다. 무슨 일인지도 몰랐고 둘다 처음이었다.』
­그 자리에서 『우리가 터뜨리면 시끄러워진다』고 했다는데….
『사실무근이다.』
­그후 어떻게 처리했나.
『직무가 첩보를 수집·정리해 보고하는 일이라 전씨의 얘기를 듣고 다음날 아침 정 수석에게 보고했다.』
­정 수석과 김 의원이 정치공작을 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 수석은 나의 보고를 듣고 당시 파견나와 있던 이승구검사에게 처리를 맡겼다.』
­청와대 옆 카페에서 전씨·이 검사와 다시 만났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사실무근이다. 오늘 이 검사와 통화했는데 이 검사도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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