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명 석방협상 뒷얘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국인 인질 2명 석방과 관련, 큰 역할을 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지는 14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있는 ICRC 장 파스칼 모레 아프간 담당관과 통화해 석방 협상 뒷얘기를 들었다.

모레 담당관은 "인질 2명을 풀어줄 테니 한국 대표단이 있는 가즈니시에서 약 10㎞ 떨어진 아르주 마을까지 와서 인질들을 인계해 가라는 요청을 탈레반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그 뒤 이들은 차량 2대에 운전사와 통역 등 현지 직원 7명과 함께 아르주 마을로 가서 여성 인질 2명의 신병을 인수받아 가즈니시 적신월사까지 호송했다.

그는 "앞으로도 인질들이 풀려날 때마다 이런 역할을 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ICRC의 참여는 탈레반과 한국 정부 양쪽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모레 담당관은 설명했다. 탈레반이 유엔의 안전 보장을 대면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했지만 유엔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러자 1987년부터 아프간에서 중립적 인도주의 활동을 해 온 ICRC가 중재 기관으로 적정하다고 생각한 한국 정부가 이를 탈레반에 제안했고, 탈레반이 이를 받아들였다.

모레 담당관은 "ICRC는 자위력이 있는 기구가 아니라 탈레반 협상팀의 안전 보장에 관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아프간과 다국적 군에 요청해 서면 안전보장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협상 장소로 정해진 가즈니시에는 ICRC 사무실이 없었기 때문에 ICRC가 아프간 적신월사에 사무실을 협상 장소로 제공하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ICRC 직원들은 협상이 끝날 때까지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협상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