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취재 '방호요원' 14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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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10층 총리실 브리핑룸.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정부청사 방호요원(경비원) 14명을 추가로 뽑겠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의 대부분은 "기자 출입을 막고 취재를 제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김 처장은 "(세종로.과천.대전 청사에) 새로 만드는 통합 브리핑센터 앞에서 민원인과 출입자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출입기자는 "이제는 경비원까지 동원해 정부와 국민 사이를 자꾸만 가로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기자 대부분은 기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감시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경비원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출입자 통제다. 이는 정부 입맛에 안 맞는 언론사의 기자 출입을 제한하는 수단이 될 우려가 있다. 정부는 이미 브리핑에 참석하지 않거나 엠바고를 파기한 기자의 브리핑센터 출입 통제를 시도하다 포기했다. 언론계의 반발이 거셌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경비원을 세우는 문제는 기자뿐 아니라 공무원을 감시하는 효과까지 있다. 정부는 취재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기자의 공무원 사무실 방문을 일방적으로 원천봉쇄했다. 9월부터는 공무원을 만나려면 홍보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장소도 접견실로 제한된다. 경비원까지 세우면 공무원과 기자의 접촉은 더욱 어려워진다. 기자와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거기에 경비원의 눈까지 의식하면서 공무원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부처 관리는 "그런 분위기에서 무슨 얘기가 되겠어. 그냥 자료 설명이나 하는 거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마치 교도소처럼 면회 신청을 한 뒤 경비원 입회 아래 만나 얘기를 나누는 상황에서 어떤 대화를 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정부가 취재 지원 활성화를 명분 삼아 언론에 대한 감시를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자실 통폐합으로 대표되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은 노무현 대통령이 연초 "기자들은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있지만 말고 전문적인 기사를 쓰라"고 말한 뒤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선진화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모두 기자의 눈과 귀, 입을 막고 발을 묶는 조치들뿐이다.

박신홍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