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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세계축구다>4.독일 분데스리가 무적군단 자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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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12월8일 독일 축구계는 승리의 환호로 가득 찼다.
각국 챔피언컵.각국 선수권대회 우승컵.유럽선수권대회등 3개 유럽대회에 참가한 독일의 6개팀중 바이에른 뮌헨을 제외한 5개팀이 모두 8강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제 독일 축구는 대표팀뿐만 아니라 분데스리가 자체도 이탈리아 리그등 유럽무대를 뛰어넘어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주는 리그로 정평이 난 이탈리아.
그래서 마라도나를 비롯한 세계의 톱 스타들은 이탈리아로 몰렸고 AC밀란.인터밀란 같은 팀들은 네덜란드.독일대표팀 트리오를엄청난 돈을 주고 몽땅 사들이기도 했었다.
한동안 도저히 손을 쓸수 없을 정도로 국내 스타들이 알프스를넘어 이탈리아로 건너갈때 독일팬들이나 협회는 몹시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12월8일 독일 축구계는 더 흥분했는지도 모른다.
이때 많은 전문가들은『우리가 개발한 힘의 축구가 이제 전술이나 작전면에서도 완전히 틀을 잡았다』며 흥분했다.
더구나 그날은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브레멘이 벨기에의 간판팀인 얀더레흐트에 3-0으로 지고 있다가 후반에만 5골을 넣어 5-3으로 역전시켜 힘.체력에 대한 자부심은 더한 것같았다. 그동안 독일의 스포츠의학도 독일 축구를 뒷받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좀더 빠른 피로 회복을 위해 새로운 훈련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해낸것이다.
핏속의 젖산 농도를 측정해 피로도를 알아내는「락타트 테스트」,경기후 강도낮은 조깅이 회복호르몬 분비를 왕성하게 한다는데 근거를 둔「레게나치온 트레이닝」은 최근 몇년 사이 분데스리가의일반적인 훈련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스포츠의학이 독일 축구의 질을 높이는데 큰몫을 한데 이어 케이블 TV인SAT1의 등장은 독일 축구의 명성을 되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AT1은 독일축구협회로부터 5년간 분데스리가 모든 경기의 중계권을 7억마르크(약3천2백40억원)라는 엄청난 액수로 사들였다. 이 결과 각 팀은 1억5천만원 정도였던 TV 중계료 수입이 22억원으로 늘어나 재정상태가 크게 좋아졌다.
또 SAT1은 기존TV의 보수적인 스포츠 중계방식을 탈피,흥미 위주의 진행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다.
선수들의 연봉 역시 불과 4~5년전만해도 50만마르크(약2억3천1백50만원)를 넘지못하던 것이 최근에는 1백20만마르크까지 치솟았다.
이런 여파로 돈을 벌기 위해 독일을 떠났던 마테우스.뮐러.슈스터.브레멘 같은 슈퍼스타들이 속속 고국으로 돌아왔고 팬들은 다시 이들의 묘기에 열광하게 됐다.
독일축구협회 회장은 말할 것도 없고 매니저라고 불리는 각 팀단장들도 전문 경영인이다.일반기업처럼 경영 능력을 평가받아 계약한다. 適者生存 원칙이 엄격한 구단 운영이야말로 독일 분데스리가를 세계 최고의 축구 고장으로 키웠다고 할 수있다.
한국 프로축구도 책임있는 경영인이 구단을 이끌어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승부에도 책임을 지는 풍토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프로다운 구단 운영이 정착되지 않는한 우리나라 프로리그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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