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긴급진단>中.지천엔 공장.축사폐수 콸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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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죽음으로 치닫던 한강이 수질검사결과 일단「생존」은 확인됐지만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최근 몇년동안 국민들의「한강살리기」에쏟은 엄청난 노력에 비해 차도는 매우 더딘 편이다.잠시만 보호를 게을리할 경우 다시 오염될 가능성이 큰 것 이다.특히 本社특별취재반이 현장확인한 한강의 팔다리(支川)중 일부는 여전히 신음하고 있었다.
18일 오전10시쯤 경기도남양주군화도읍금남리 금마천 하류.
바로옆 남양주군 환경사업소 방류관이 쉼없이 금마천으로「정화된」물을 쏟아내고 있었다.그러나 이 물은 방류관을 나서자마자 언제 걸렀느냐 싶을 정도로 금방 시커먼 물로 변하고 말았다.사업소주변에 있는 2백50여개 공장과 인근 축사에서 여전히 무단방류하는 오.폐수와 섞여버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처리장을 거치지 않은채 무단방류되는 물은 양도 워낙 많고 더러워 지천을 여전히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갈수기인 요즘 북한강으로 곧장 유입되는 물은 하루평균 3만여t.정식으로 처리장을 거치는 물(약6천t)의 대여섯배나 된다.
元鐘喆소장(39)은『오.폐수는 차집관을 통해 이곳에서 대부분걸러지고 곧장 유입되는 물은 대부분 생활하수』라고 주장한다.그러나 개천물이 생활하수만이 아님은 금방 드러났다.
사업소에서 2㎞쯤 거슬러올라간 T실업앞.날염공장인 이곳은 비닐호스로 폐수를 무단방류하다 적발돼 10여일째 조업중단중인데도전에 내보낸 폐수때문에 공장쪽 개천바닥이 울긋불긋 물들어 있었다.조약돌.이끼.물푸레기도 온통 물들어 마치 닳 아빠진 융단을깔아놓은 듯했다.
또 호스 왼쪽 둑 한가운데 삐져나온 지름 50㎝가량의 배수관밑 풀들은 개펄같은 것을 잔뜩 뒤집어쓰고 악취가 진동했다.
틀림없는 공장 폐수였다.이 회사 李모부장(39)도 폐수방류를시인했다.실제로 이곳에서 6㎞쯤 더 올라간 성생공단에 이르기까지 금마천 주변 2백50여개 공장들의 빗물배수관 아래쪽에는 대부분 시커먼 폐수가 찬 웅덩이들이 패어 있었다.
일요일인 16일 찾아간 경기도이천군부발읍대관리앞 복하천도 인근 J농장등 4백여 군소축사들에서 나오는 폐수때문에 검푸른 색을 띠고 있었다.실내축사의 오물은 정화조에 모아져 일단 걸러진뒤 복하천으로 들어간다고 주민들은 말했다.그러나 정작 오물은 밭에 뿌리거나 빈터에 쌓아둬 역시 빗물에 씻겨내려갈 수밖에 없게 돼 있었다.
특히 중리천.송말천 등 복하천으로 흘러드는 지류가 인근 축사에서 몰래 흘리는 폐수로 심하게 오염되고 있었다.
경기도용인군의 경안천도 마찬가지.오염원의 50%를 차지하는 생활하수가 하루 2만4천t씩 유입되는데도 하수처리장의 처리능력이 1만8천t에 불과한 실정이다.
복하천 하류인 여주군 흥천면 복대리 주민 辛千石씨는『공장폐수가 없어지면서 과거 물색깔을 조금씩 찾고 있지만 축산폐수가 전혀 규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15일부터 3일동안 둘러본 다른 支川들도 금마천이나 복하천보다는 덜했지만 섣불리 좋아졌다는 말을 꺼내기가 무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남양주군와부읍의 월문천에는 예산부족으로 하수처리장조차 만들어놓지 않고 있었다.
한국수도연구소 具鎭상임이사(55)는『한강의 건강은 회복된 것이 아니라 무서운 기세로 번지던 암세포가 가까스로 번식을 멈춘상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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