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따로 수량따로 관리/새 쟁점… 「물대책」 이원화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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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원확보·시설은 기술적인 문제”/건설부/“오염측정 업무만으론 실효 없다”/환경처
정부가 발표한 개선대책의 핵심인 「수질관리 일원화」를 놓고 환경처와 건설부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밝힌 관리체계 일원화의 골자는 현재 4개부처로 분산돼 있는 물관리업무중 「양」은 건설부,「질」은 환경처가 각각 관장하도록 돼있다.
이를 위해 보사부의 음용수 수질기준 설정,생수시판에 관한 업무와 지방자치단체의 약수터 관리기능을 환경처로 이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물을 「질」과 「양」으로 나눈 사실상의 이원화에 대해 환경처는 『질과 양을 분리한 수질관리는 빈 껍데기』라며 반발하고 있고,건설부는 『물은 공급이 중요하고,여기에는 토목·건축기술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여전히 업무분산
정부는 91년 3월 일원화 계획을 세웠으나 결국 3년째 표류중인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우선 상수도의 경우 공급과 수질관리의 두가지 측면이 혼합돼 있다.
예를들어 시·도의 인구가 증가하게 되면 자연히 수원확보와 함께 정수장 확충·수도관 증설 등 양적인 문제가 대두한다.
이는 건설부와 지자체가 관장하고 있다.
동시에 대두되는 상수원의 수질관리,정수시설의 고도화,녹슨 수도관의 교체 등은 질적인 문제다.
이 부분은 환경처·건설부·지자체 등으로 분산돼 있다.
이 과정에서 환경처가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종전 지자체와 보사부가 행하던 정수장과 수도꼭지물의 오염측정 뿐이다.
여전히 정수장과 정수기기의 설치계획은 건설부가,이에 따른 관리는 지자체가,오염도 측정은 환경처가 각각 맡게 되는 것이다.
환경처측은 『녹슨 수도관에 오염된 식수가 공급돼도 건설부에 건의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사실상 수질관리 일원화는 껍데기에 불과한 셈』이라는 입장이다.
환경처 관계자는 『음용수 기준이야 보사부가 정하든,총무처가 정하든 인체건강기준에만 할당하면 되는 것이며 문제는 수질을 이 기준에 맞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댐은 식수외에 농업용수·공업용수 등 물의 용도가 많으므로 건설부가 계속 관장한다고 해도 최소한 상수∼하수∼정수∼수도꼭지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한군데로 일원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엄연한 토목공사”
이번 낙동강물에서 검출된 발암성물질 벤젠의 경우 원수에서 오염도가 높았던 물금정수장은 정수에서는 오히려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밑돌았고,원수의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칠서정수장에서는 1.8배나 초과한 것도 질에 관한한 정수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건설부의 입장은 3년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완강하다.
건설부 관계자는 『정수장의 경우 토목·건축·기계·전기설비 등 종합적인 토목기술의 기반위에 설계와 건설이 이뤄지는 만큼 당연히 건설부 소관이고,시설과 기술 역시 건설부가 제정한 기준에 맞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광역상수도 역시 국토이용계획의 하나로 이뤄지고,급·배수관 설치도 압력송수방식을 채택하는 등 토목공사이기 때문에 건설부가 할 일이라는 주장이다.
신도시와 같은 대단위 택지개발의 경우 상수원 확보 및 공급은 자연히 같이 구상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환경처로 넘어간다면 수질은 일원화될지 몰라도 상수공급체계는 반대로 이원화된다는 것이다.
즉 물론 확보와 적절한 공급이 가장 중요하고,따라서 상·하수도도 공급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며,질관리는 차후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물관리의 일원화 문제에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관계부처간에 시각차가 여전히 평행선을 긋고 있으며,여기에 선을 긋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옥상옥될 우려”
따라서 정부의 조직개편 과정에서 이같은 수질·수량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수질관리대책은 91년 3월에 발표한 「맑은물 공급대책」의 재탕에 불과할 전망이다.
한편 통합관리를 명분으로 한 수계별 환경관리청 신설도 물의 질과 양을 통합관리하지 않는다면 옥상옥의 정부기구만 늘리는 결과를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환경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건국대 김정수박사는 『하천의 유역관리는 현재 건설부의 지방국토관리청과 홍수통제소가 맡고 있고,수자원공사의 유역사무소가 있는 마당에 또다시 수질관리를 위한 하천관리청을 신설하겠다는 것은 관리기구만 복잡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박종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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