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환경을 살리자:2(물비상… 이대론 안된다: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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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수질오염 사전대책 급하다/본류서 지천까지 정기점검 필요
91년 가을 환경보호라면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미국의 한 소도시(위스콘신주 비버댐시)에서 우리 낙동강물 이상으로 심각한 수질오염사건이 발생했다. 풍광좋은 이 농촌형 도시의 북쪽에 위치한 호수,「비버댐 레이크」의 물 색깔이 검게 변하고 악취가 진동하는 사건이 생긴 것이다.
서둘러 조사에 나선 시당국은 이 호수가 납·구리·카드뮴 등 인체에 치명적인 중금속으로 다량 오염돼 있다고 밝혔다.
이때 시환경당국이 사건발표와 함께 취한 1차 조치는 「수질통합관리시스팀」(ISWQM)이라는 첨단환경관리방식의 적용이었다. 비범댐시의 ISWQM에는 시주변의 각종 하천은 물론 지형·공장·주택밀집지·농장 등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었다. 환경전문가들은 이 시스팀을 간단히 조작해 호수 오염사건이 호수로 흘러드는 강의 상류에 위치한 공단에서 폐수를 흘려보냈기 때문이라고 곧바로 원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오염지역과 중금속 종류 등을 시스팀에 입력한 결과 컴퓨터가 스스로 찾아낸 답이었다.
이같은 비버댐시의 사례는 환경오염사건의 조기수습과 재발방지가 과학적인 관리시스팀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환경대책은 행정의 일원화나 이원화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관리시스팀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서울대 김상종교수(미생물학)는 『낙동강·한강 등 수계별로 완벽한 수질통합관리시스팀을 갖춰 놓기 전에는 종합적인 오염수습·방지책이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본류는 물론 지천까지 그 주변에서 배출되는 공장·축산폐수,생활하수 등의 양과 함유 중금속 종류 등이 평소 낱낱이 파악되고 만일의 경우 대비책이 세워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ISWQM이 사후처리용이라면 이른바 「수질조기경보시스팀」은 사전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질관리방식이다.
87년 라인강 상류의 「산도스」라는 스위스 농약회사에 불이나 농약이 소방수에 씻겨 라인강을 크게 오염시킨 사건이 있었다. 이때 한몫 톡톡히 한 것이 바로 이 조기경보시스팀이다. 라인강 하류의 독일 급수당국은 「금빛 황어」라는 오염에 매우 민감한 물고기를 이용한 조기경보시스팀으로 라인강이 농약으로 크게 오염됐다는 것을 일찌감치 알아내고 강에서의 취수를 일체 중단함으로써 대참사를 미연에 막을 수 있었다.
우리는 아직 이같은 체계적인 시스팀의 가동은 꿈도 못꾸는 실정이다. 매년 대학·재야 환경단체 등에서 자비를 들여가며 조사하는 전국 주요하천 등에 대한 오염실태조사 결과가 심각하게 나와도 환경당국은 이를 경고로 받아들이기는 커녕 들은체 만체일 뿐이다. 지난해 서울시 수돗물에서 병원성 미생물이 검출되고 90년 대청호에 녹조가 끼어 5등급수가 됐다는 「경고」가 나왔어도 우리 환경당국의 답변은 『공인된 조사법이 아니다』라거나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변명뿐이었다.<김창엽기자>
◎전문가의견… 김계현 시스팀공학연/오염원 신속히 파악하는 장치가 없다/통합관리·조기경보시스팀 구축해야
수질오염의 개선을 위해서는 되도록 정확한 수질오염 현황의 파악 및 그에 따른 현실을 감안,수질오염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수질오염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수질오염 예측 모형을 이용,일정지역이나 하천에서 배출되는 오염원의 양이 계산돼야 한다.
이런 수질모형을 이용하는 오염량의 게산에는 무엇보다 정확한 입력데이타의 작성이 필요하다. 공장·상업지구·주택단지 등 토지이용 상황,토양상태,인구상황 등의 다양한 자료가 파악돼 있어야 한다.
이러한 자료만 완벽하게 종합적으로 입력돼 있으면 오염사고시 오염원의 배출지점 및 배출량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이렇게 산출된 오염원과 그 양은 수치지도와 연결되어 각 도·시·군별은 물론 개인 소유지별 수질오염 배출량까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적절한 오염대책을 세울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이런 과학적인 오염대책이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지리정보시스팀(GIS)이라는 첨단시스팀 분석법의 덕택이다. 수질오염 개선책으로 GIS가 핵심인 수질통합관리시스팀(ISWQM)이 흔히 적용되는 것이 하수관 분포의 수치지도화다. 도심지 하수관의 경로는 물론 하수량·배출통로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된 이 시스팀을 이용하면 평소 하천의 흐름에 따른 오염의 누적도를 파악할 수 있을 뿐더러 오염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빠르면 수분내에 오염원을 찾아낼 수도 있는 것이다.
ISWQM은 이같은 오염된 색출은 물론 가장 경제적인 수질개선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자료로도 이용된다. 예컨대 이번과 같은 오염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ISWQM은 『낙동강 하류의 수질회복이 십수년간은 어려울 것이므로 우회 하천을 만들어야 한다』든지,『특정지점별로 독성물질별 하수처리법을 도입해야 한다』든지 하는 결론을 내리는데 결정적인 근거자료가 될 것이다.
또 수질조기경보시스팀 구축을 위한 아주 유용한 기초 데이타를 제공할 것이다. ISWQM과 수질조기경보시스팀만 마련된다면 사실 수질의 과학적 관리작업은 다 된 것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고도의 수질관리기법이 대기·토양 등 다른 환경오염원에 대해서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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