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잦은 도중하차 시청자 우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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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연속극에서 주요 연기자가 도중하차,극 중간에 줄거리가 억지 수정되는 경우가 많아 시청자들을 짜증스럽게 하고있다.
시청자 반응에 따라 줄거리가 바뀌는 것은 관행처럼 여겨져 왔으나 연기자가 도중에 떨어져나가는데 따른 수정은 사망.이민등 갑작스런 방향전환으로 드라마의 맥을 끊어 놓기 일쑤다.
연기자가 그만두는 것은 신병.유학등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SBS 개국으로 연기자들의 시장이 넓어지면서부터는 출연료 시비,제작진과의 불화등으로 인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요즘 방영중인 SBS-TV 주말연속극『일과 사랑』은 작가 홍승연씨와 연기자간의 마찰로 연기자 3명이 무더기로 떨어져나가 결국 방송사가 작가를 최순식씨로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이 드라마에서 노주현은 원래 대본에는 한혜숙과 결혼하고 나서폐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돼 있었으나 지난주 서둘러 사망하는 것으로 처리됐다.또 극중간에 등장했던 이주경과 이영하의 누나로나왔던 윤소정은 작가 홍승연씨와의 불화로 각각 이민했거나 사망하는 것으로 끝맺었다.
노주현은 이영하.한혜숙과 삼각관계를 이루며 줄거리를 이끌어 가는 중심인물이었으나 그가 일찍 죽음으로써『일과 사랑』은 줄거리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새로 집필을 맡은 최순식씨는 『이영하와 한혜숙을 당장 결혼시키지 않고 임옥경과 당분간 가벼운 삼각관계로 가져가면서 김자옥을 전면으로 등장시켜 일과 사랑의 갈등을 부각시키겠다』면서『그동안 별 얘깃거리가 없었던 나현희.김명수등 젊은이 들 부분도 보강하겠다』고 앞으로의 집필 방향을 밝혔다.
장기 방영되고 있는 아침드라마 KBS-1TV『대추나무 사랑걸렸네』와 MBC-TV『한지붕 세가족』,KBS-2TV청소년드라마『내일은 사랑』,SBS-TV『사랑의 조건』도 연기자 중도탈락으로 줄거리가 크게 바뀌었던 드라마들.
『대추나무 사랑걸렸네』는 김상순의 부인으로 등장하는 백수련이출연료 문제로 제작진과의 불협화음 끝에 떨어져 나갔는데,극중에선 미국에 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다.또 맏며느리 이경표는 결혼과 함께 남편을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극중에서는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내일은 사랑』은 이병헌의 상대역인 고소영이 제작진과의 마찰로 미국 이민 가는 것으로 빠지는 바람에 박소현을 신입생으로 입학시켜 상대역을 만들어야 했다.
지난해 막을 내린 『사랑의 조건』은 미스코리아 심사부정 사건으로 서정민이 빠지면서 역시 미국 이민으로 처리됐다.
『한지붕 세가족』은 91년 박원숙이 출연료 문제로 출연을 거부하자 일단 시골로 내려간 것으로 처리했다가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는 바람에 뒤늦게 순돌네 가족을 시골로 이사보내야 했다.
한 연출자는 연기자 도중하차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방영되는연속극에서 간혹 빚어질수 있는 일』이라면서 『그러나 최소한 사전 조정이 가능한 출연료 문제와 같은 이유로 방영도중에 연기자가 그만두어야 되는 일은 없어야 할것』이라 고 말했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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