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진정책 의미와 영향-실명제이후 실물 바탕없이 과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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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번 증시진정책을 경제전반의 상황과 함께 견주어보면 서로 짝이 맞지 않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직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도 증시는 당국의진단대로 저 혼자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따라서 경제 전반의 상황이 아직도 불투명한 가운데 호황 때나 쓰는 줄 알았던 「증시진정책」이 나왔다.
또 경제 각 부문의 「자율성」이 강조되는 「대세」와 당국의 의지에 의한 증시진정책도 서로 맞지 않는다.
이런 부조화는 근본적으로 지난해 단행된 실명제가 필연적으로 이끌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실명제는 처음부터 돈이 증시에 몰리도록 구상된 것이었기 때문이다.실명제 이후 풍성하게 풀어댔던 돈들이 당국의 의도대로 증시 밖에는 갈 곳이 없어 실물경제와 크게 동떨어진 주가상승을 기관들이 주도하게끔 장세가 펼쳐졌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우루과이라운드(UR)등으로 세금이 더 얹히고 농업 부문은 걱정이 태산인데 증시만 호황을 보인다는 것이 「위화감」을자극하지 않느냐는 「비경제적」인 판단도 일부 작용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따라서 현재의 시장 상황에 대처하는 정부의 입장은 매우 곤혹스러운 지경에 빠져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진정책은 타당성과 실효성 양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우선 이같은 진정책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지난 89년 12.12증시부양책 실시당시의 수준(8백79.46)을 간신히 넘어선 정도일 뿐이다.
특히 이번 조치로 주가가 만약 다시 가라앉는다면 이번에는 부양책을 써야한다는 목소리에 정부는 할 말이 없게 된다.
또한 이 같은 조치로 주가가 과연 안정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貸株制는 장세조절용은 되지만 꼭 주가를 안정시키는 쪽으로만 작용한다고 볼 수 없고 기관들이 증거금을 내는 것도 주문후 3일 뒤에는 내야하는 대금중 일부를 앞당겨 내는 정도일 뿐이기 때문이다.
〈閔丙寬기자〉 貸株制가 부활됨에 따라 증권사들은 보유주식을 일반투자자들에게 빌려줄 수있게됐다.이에 따라 상품주식을 시장에서 소화시키고 일반투자자들에게 우량주식의 매수기회를 제공한다는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貸株制는 일정 기간후 매도를 전제로 하는 신용거래와는 달리 나중에 이를 되사주는 장치가 있기때문에 장래의 매수세력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다.
貸株制는 기본적으로 하락이 예견되는 장세에서 이용되는 것이다.그러나 일반투자자들이 사려는 종목을 살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물량확보를 위한「가수요」를 유발,단기적인 공급과다현상을 빚을 소지가 커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기관투자가들에 위탁증거금을 부과하는 것은 기관투자가들이 주가를 좌지우지하는「기관장세」에 제동을 걸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동시호가때부터 대량 상한가 주문을 내면서 일반의 매수기회를 봉쇄하고 주가의「거품화」를 촉발시킨적이 많았다.일반투자가들의 불만이 고조됨에 따라 기관들의 불공정한 거래를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져있었다. 이에 대해 기관투자가들은『신용사회를 지향하는 마당에 신용이높은 기관들에「신용보증」성격의 증거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또 증거금마련을 위한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악화로 실세금리가 올라가고 매수가 위축돼 주가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하고있다.
그러나 일반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기관의 운신폭이 좁아진만큼참여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洪炳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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