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보다 미와 먼저 수교예상/북한의 미·일 수교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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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 경제에 예속우려 “서둘 것 없다”/미와도 걸림돌 많아 시간 걸릴듯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전면적으로 수용,국제사회에 핵투명성을 보장할 경우 대일·대미 수교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구도로 가고 있다고 보고 정부가 올해 외교의 최우선 과제로 북한의 대미·대일 수교에 따른 대응책 마련을 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조짐이 보이자 재빠르게 북한에 수교협상을 포함한 대화를 제의하고 있다.
○정부 북의지 탐색
이와관련해 앞으로 북한은 과연 미국·일본중 어느나라와 먼저 수교할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문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어 쉽사리 점칠 수 없지만 외무부 관리들은 여러전망을 하고 있다.
지배적인 분석은 수교조건들을 따져볼 때 일본과의 수교가 더 쉽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지만 「북한의 뜻」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수교가 더 빠를 것으로 보고 있다.
외무부 한 당국자는 『북한이 국제정치학적 구도에서 볼 때 자신의 존립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일본보다 훨씬 중요하고,일본과의 수교는 자신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결코 대일 수교를 서두르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은 최근 북경과 워싱턴 등의 공관에서 북한측과 접촉할 의사를 나타내고 있으나 북한은 『일없다』 『알겠다. 더 두고 보자』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핵문제의 해결기미가 보이자마자 북한에 수교협상 손짓을 하는 것은 ▲핵문제 해결에 소외되어 있다는 인식을 불식하고 ▲북한의 개방시 경제적 이익을 확보하며 ▲한반도 문제와 통일에 대해 영향력을 갖고 싶어하는 등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본은 그동안 『핵문제가 있더라도 북한과 대화는 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북한의 반응은 묵묵부답이었다.
○일,개방이익 눈독
게다가 91년초부터 92년 8월까지 모두 여덟차례 진행된 북­일 수교회담 진행상황과 최근의 북­미 협상진행 상황으로 미뤄볼 때 북한이 당분간은 일본을 쳐다보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북한으로서야 대일 청구권을 받아 빈사상태에 있는 경제에 긴급수혈을 할 수도 있고,미국과의 수교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 등은 일본과의 수교에 더 관심을 둘 이유가 된다.
그러나 체제유지에 전력투구하고 있는 북한은 ▲속도를 늦추며 개방을 하고 ▲김일성 통치권위의 근간이 되고 있는 항일투쟁의 명분 퇴색 우려 ▲일본에 대한 역사적 감정과 개방시 급속한 예속 우려 ▲일본과는 언제든 수교가 가능하다는 판단 등은 일본보다 미국과의 수교에 더 우선을 두게 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미국과는 수교해놓고도 문을 닫고 지낼 수 있지만 일본과는 급속한 개방이 자칫 경제 예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북한은 우려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북한은 미국과의 수교협상 판이 깨졌다고 판단할 경우 일본과의 협상을 본격화할 가능성은 있다.
북한이 미국과 수교를 위해 넘어야 할 산(전제조건)이 너무 많아 「선 미국,후 일본」 수순의 수교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분석에 제동을 거는 의견도 있다.
○하반기쯤엔 윤곽
미국은 핵문제가 해결된다해도 수교의 전제조건으로 미사일 수출금지·인권탄압 중지·테러행위 중지 등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교협상이 실제 수교로 이어지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것이 이들의 논거다.
한 당국다는 『미국은 아직도 북한을 적성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은 원칙을 중시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핵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바로 북­미 수교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것은 단견』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변수가 많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전망도 엇갈리는 북한의 대미·대일 수교방향은 핵문제 타결 진도에 따라 빠르면 올 하반기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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