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법인이냐 종속법인이냐/외국계 대리점 법인세 추징액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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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모기업과의 관계 싸고 뜨거운 공방/기준따라 세액 최고 20배 이상 차이
『독립법인이냐,종속법인이냐.』
국세청이 국내에 진출한 아이씨아이 코리아(영국계) 등 9개 외국기업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벌여 지난 5년간의 탈루세금을 추징하자 이를 외국기업이 강력히 반발,국제적인 조세마찰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외국기업은 판매대리점 형태로 등록,국내에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영업을 해왔으나 국세청이 이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이후 외국기업이 판매법인 형식으로 직접 진출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 문제는 계속 논란의 불씨가 될 것 같다. 이번 사안은 판매대리점(에이전트)인 국내 진출 외국기업이 물품을 팔아 얻은 소득에 대한 주된 과세를 한국 또는 자국중 어디서 할 것이냐는 미묘한 판단이 쟁점이다.
외국 판매대리점이 자국의 모기업과는 별개로 여러가지 제품을 한국에 중개해주는 오퍼상 성격의 「독립법인」이라면 판매수수료에 대한 세금만을 한국에 낸다. 그러나 이 대리점이 모기업의 제품을 주로 다루고 계약·판매 등 영업활동에 대해 모기업의 통제를 받는 「종속법인」이라면 고정사업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수수료가 아닌 판매금액에 대한 세금을 내게 된다.
요컨대 같은 제품이라도 취급하는 주체가 「독립법인」이면 대부분 세금을 자국에,「종속법인」이라면 한국에 내는 것이다.
종속법인으로 판명되면 한국에 내는 법인세가 독립법인의 경우보다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20배이상 차가 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진출 외국기업들은 한국의 법인세율이 높은 수준이어서 1백여개 대리점의 대다수가 「독립법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런 과세원칙은 우리나라가 34개국과 맺은 이중과세방지 협약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세협약 해석기준에도 명시돼 있으나 문제는 모기업과의 관계를 따지는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는데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체 취급물량중 본사 제품의 비중,계약체결 등 영업을 독자적으로 하느냐의 여부,경제적 예속여부 등을 가려 9개 기업중 8개를 종속법인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종속인지,독립인지는 세법에도 선이 그어져 있지 않으며 해당국간의 협의로 결정토록하고 있다.
외국기업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씨아이 코리아의 앨런 트위스트 회장이 최근 우리 외무부와 OECD에 세금추징의 부당함을 항의한데 이어 영국 외무차관이 외무부에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문제는 단순한 일과성 조세갈등이 아니라 시장개방시대를 맞아 국내 진출 외국기업에 대한 과세 룰을 정립한다는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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