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탐구>57.군개혁 채찍 매서운 예비역중장 나병선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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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羅의원 약력 ▲全北 完州 출신(60세)▲54년 全州상고 졸▲58년 육사졸(14기)▲86년 6군단장▲88년 국방대학원 원장▲89년 육군중장 예편▲91년 방위산업진흥협회 상근 부회장▲14대 국회의원(전국구)▲現 民主黨 城東甲 지구당위원장.당무위원 93년10월 국정감사기간중 국회에서는「나비처럼 날아 벌처럼쏘는」국방위소속 4인의 야당의원이 화제가 됐었다.
4인방이라고 불린 군장성출신 의원들은 정치적 수사를 제거한 준열한 질타를 통해 자신들이 몸담았던 군을「너무하다 싶을」정도로 나무랐고,개혁을 요구했다.
民主黨 羅柄扇의원은 그 중에서도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았던 의원이었다.민주화투쟁과는 거리가 있는 羅의원이「민주투쟁의 산증인 金大中」이라는 거목의 영향권속에서 인생방향을 급격히 전환시키게 된 것은 한순간이었다.그 전기는 91년12월 초 金大中 民主黨대표(당시)로부터의 전화였다.
이런 저런 경로로 정치참여를 권유받아 오긴 했지만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인가 하는 생각으로 마포의 서교호텔에서 金대표와 아침식사를 했다.
金대표와 정치현실,야당의 위상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그는「참 생각이 비슷하기도 하다」는,「군에 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느낌을 갖게 됐다.金대표는『군사.안보문제 전문가가 없는 民主黨을 도와달라』고 했고,『全北 完州郡에 입후보 해 달라』며단도직입적으로 다짐받았다.
덜컥 승낙해 선거준비를 했지만 羅의원이 부회장으로 있는 방산협회에서 발행하고 있는『국방과 기술』의 편집인으로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는 사실을 후보등록 하루전에 알게 돼 지역구 후보 아닌 전국구 후보로 나서게 됐다.
58년 임관해 89년까지 32년동안 군을 모든 것으로 알았던羅柄扇 예비역중장은 이렇게 해서 군을 완전히 떠나 金대표와 함께 군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예상치 못한 역할을 하게 됐다.
羅의원은『당시만 해도 야당에서 정치를 한다고 하자 동기생 뿐아니라 기무사와 국방부.안기부에서 후배들이 와서는「왜 야당이냐」며 만류하는 바람에 커다란 각오로 民主黨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당내 趙世衡의원은 고향선배,金台植.韓光玉의원은 후배일 뿐아니라 民自黨의 李春九.裵明國.安武赫의원및 같은 당내의 張浚翼의원이 육사 14기 동기생이어서 의원생활이 외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金大中이라는 구심점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정치적 위상이 달라지는 民主黨에서 DJ와 이렇다할 개인적 친분이 없는羅의원의 행동반경은 다른 의원과 같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羅의원은 여당.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DJ마저 권위적인 정치행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金泳三대통령이 당선돼「그나마 민간인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채 개혁만을 시도하려 하는데실망해 군개혁의 문제를 짚는데 자신의 과거경험을 총동원했다.
이해안가는 정치현실에서 여전히 겉돌기는 마찬가지란 생각을 하지만 30여년에 걸친 군생활 덕분에 안보와 국방문제 전문가로 인정돼 당내에 나름의 영역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羅의원은 요즘 아직도 끝나지 않은 군개혁에 자신의 역할을 찾는 노력을 하면서「군사문제의 전문가」라는 틀을 벗어나기 위해 대중정치인으로의 변신에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는 별일 없는한 오전9시까지 국회의원회관 615호 사무실로출근한다.
비서의 보고에 이어 현안검토를 한뒤 필요한 자료를 챙기는등 국방문제 연구를 한다.
92년10월 서울城東甲 지구당을 맡은후 1주일에 2~3일정도지역구에 나갔던 그는 요즘엔 주민과 함께 하는 정치인이 되려는각오로 매일 성동의 시장통등을 찾고 있다.
처음 지역구를 맡을 때만해도 현역「물」이 빠지지 않아서인지 주민들이 반갑다는 표시로 어깨를 툭툭 치면 어색했고,시장바닥에쪼그려 앉아 순대나 김치를 안주로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제 점퍼차림으로 시장바닥에 나가 장사하는 주민들의 손을 잡고 그들의 생활을 느끼며 낯이 익어가는 사람들과 인사를나누는 것이 커다란 즐거움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정치란게 따로 없고 주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정치의 출발이라는 결론도 스스로 내렸다.
그러나 주민들도 관혼상제에 얼굴을 내미는 것으로 정치인을 평가하지 말고 의원의 전문성으로 평가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갖고 있다.
羅의원은『주민들과 애환을 함께 하며 살아있는 국가안보를 다듬을수 있도록 국방전문가의 자질을 갖춘 대중정치인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安成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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