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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운드>4.재활용품 외면하는 소비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세제 전문제조업체인 L社는 지난 92년 주고객층인 주부들을 대상으로 환경상품의 시장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조사결과응답자의 90%이상이『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환경오염을 줄이는 세제를 사 쓰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고무된 L社는 상당한 연구비를 들여 화학성분대신 1백%식물성 성분으로만 만들어져 물에 분해가 잘되는 청정세제를 개발,대대적인 판매에 나섰다.
그러나 청정세제는 생산된지 1년이 넘도록 기존 화학제품에 밀려 총매출의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값이 기존제품보다 2백~3백원(5~6%)비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한 것이다.
L社의 경험은 국내 환경상품의 현주소를 잘 설명해준다.
소비자들이 겉으로는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것 같지만 실제 상품구매단계에 이르러서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돈을 더 지불하려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92년 정부가 환경마크제도를 도입한 이후「그린상품」이 속속 개발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의 생활속으로까지 뿌리내리지 못한채 기업의 이미지 광고물로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대표적인 그린상품으로는▲종이.플래스틱등재생자원을 활용한 제품▲프레온가스 대신 다른 물질을 사용한 제품▲무공해건전지.식물성세제.썩는 비닐등 오염물질을 줄인 상품▲사용후 몸체를 뜯어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가 전제품▲내용물만 갈아주면서 용기를 다시 사용하는 리필(refill)제품▲인체에 유익한 전파를 발산하는 遠赤外線 상품등을 들수 있다.
이가운데 몸에 좋다는 遠赤外線상품만 호황을 누릴뿐 대부분의 그린상품들은 아직도 걸음마단계에 머물고 있다.
원적외선상품은 88년 ㈜鮮宇가「파빅스 싱싱아」를 개발한 것을계기로 주방용품.침구.벽지.양말.의류등에 널리 응용되고 있고 최근에는 삼성.금성.대우등 家電3社가 바이오TV.바이오히터.바이오에어컨.바이오세탁기등을 경쟁적으로 개발했다.
반면 대표적인 그린상품인 재활용품의 경우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솔제지.부림제지.유한킴벌리등 31개 제지업체들이 재생지를 생산하고 있으나 수요가 적어 대부분 대량납품에 기대고 있다.소비자들이 재생지의 품질에 대해 막연한 불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솔제지 품질보증실의 朴在厚실장은『환경마크를 붙이는 바람에 구매계약이 취소된 적도 있다』며『제조원가는 일반용지보다 재생지가 5%정도 더 드는데도 소비자들이 기피하고 있어 제값을 받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을 아끼고 값도 싸 一石三鳥의 효과가 있는 리필제품도 시장에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특히 화장품의 경우 ㈜태평양.한국폴라가 트윈케이크등 색조화장품을 중심으로 내용물만 따로 팔고 있는데 판매실적은 일반제품의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구차스럽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보급을 가로막는데다 매출액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판매원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 종사자들은『그린상품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거나 그린상품 생산시설을 갖추는데 드는 자금을 장기 융자해 주는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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