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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도 “밖을 보자”/자비들여 잇따라 외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유럽 돌며 자료수집… 변신 안간힘/앞선 통신·환경정책등 의정반영 의욕/“교통난도 해결가능한 과제로 느꼈다”
국제화·국가경쟁력 제고의 바람속에 국회의원들이 자비로 선진국가의 경제현장을 직접 체험하는가 하면 국제질서 개편 관련책을 탐독하는 등 국제적인 안목을 늘리려는 노력이 급증하고 있다. 국제화와 경쟁력 부문에서 가장 뒤처져 『뒷다리를 잡는 것』으로는 첫손 꼽혀왔던 의원들의 「변신」 바람은 결국 정치권이 전체사회의 경쟁력 제고를 선도해야 할 무거운 책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다.
○…지난해 12월22일 미국으로 갔다가 4일 귀국한 국회 교체위의 김형오의원(민자)은 버클리대학에 개설된 최첨단 교통관제시스팀과정(Pass Program)을 돌아보았다.
차에 고유의 바코드를 매겨 혼잡하지 않은 도로로 안내할 수 있는 이 장치를 살펴본 김 의원은 『우리의 교통지옥 해결이 결코 불가능한 과제만은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이어 한국전자통신연구소와 공동으로 디지틀방식 이동통신을 개방하고 있는 샌디에이고의 퀄콤(Qual Comm)사를 방문,정부측이 95년말까지 서비스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는 제2이동통신의 개발추진 현황을 보았다. 김 의원은 지난해 9월에도 일본의 후쿠오카를 역시 자비로 찾아가 항만건설·관리·운영실태와 인공섬의 기반시설을 살펴본뒤 관련자료를 샅샅이 뒤져오기도 했다. 결국 신정을 미국에서 보낸 김 의원은 『연말연시에 지역구를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나 국제화시대의 혈관인 교통과 통신의 선진화현장을 살펴본 경험이 의정활동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미국을 한번도 못가봤다는 국회 노동위의 원혜영의원(민주)도 내주중 중남미의 불법이민체류자들이 집중되어있는 미 플로리다주를 찾아 현재 국내에서도 논란을 빚고 있는 불법체류 노동자에 대한 일선정책과 관리대책을 살펴보고 이들의 수용소·구치소 등도 찾아볼 계획이다.
재무위의 김원길의원(민주)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현장경제의 흐름과 특히 가장 약소국입장인 멕시코의 대응을 살펴보기 위해 멕시코의 외환·주식·채권·노동시장 등을 자비로 찾아본다는 계획이다.
김 의원은 『멕시코가 막연히 일거리가 늘고 고용이 상승한다는 이유로 무작정 찬성만 하고 있는지,그 보완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는 생각에서 UR의 미 의회비준(4월15일)을 앞두고 멕시코내 여론이 비등할 3월말∼4월초를 방문시점으로 잡고 있다. 김 의원은 이와함께 블록화의 표상이 돼버린 EC의 역내 관세구조외에 채권·주식 등 금융의 움직임을 뽑아보기 위해 영국·독일·벨기에 등을 곧 방문할 예정이다.
이해찬의원(민주·보사위)은 오는 17일 미국(국무부 초청),3월에는 독일(베스트팔렌주의회 초청)을 방문해 선진국의 환경대책을 집중 공부해볼 계획이다. 이 의원은 특히 UR에 못지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그린라운드」(95∼98년) 타결을 앞두고 각국의 대비상황과 상수원·수돗물 관리실태,폐기물 처리시설·소각로 등 선진국 환경현장을 발로 뛰어볼 계획이다.
이밖에 김영진의원(민주)이 UR대비 입법 자료수집을 위해 미·캐나다에 나갈 예정이고 이긍규·강우혁·안무혁·김인영의원(이상 민자) 등이 자비로 미국·일본 등의 입법자료 수집차 선진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밖을 보려는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은 의원들 스스로가 보고 느낀 국가흥망의 「위기감」에서 출발하고 있다.
작년 후반 중국을 다녀온 최형우의원(현 내무장관)이 비서진·친지들에게 준 허리벨트 선물은 아직까지 의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 의원은 이 벨트를 선물하며 『중국을 가보니 우리가 이래서는 도저히 안된다. 이제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책임있는 지도자급이 밖을 봐야 한다』고 위기의식을 토로했다.
역시 작년 후반 중국·러시아·몽고를 동반여행했던 여야 의원 4명(김영진·조영장·이해찬·장영달)은 『이대로 가면 중국에도 뒤진다』고 입을 모았다.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과거청산에 당력을 집중하던 민주당도 미래와 민생에 비중을 두는 쪽으로 이미 우선순위를 돌렸고 이기택대표는 올해를 「제2개항 원년」으로 규정한뒤 민주화·과학화·국제화를 외치고 있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공통적 위기감과 밖을 향한 국가경쟁력 제고의 공감대가 싹터가는 배경인 셈이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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