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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對北수교 충격줄이기-정부의 대응책 마련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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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는 美國과 日本의 對北韓수교가 이루어질 것에 대비해 새로운 외교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韓昇洲 외무장관은 3일 『핵문제 해결과 굳이 연계하지 않고 우리의 실리와 국민정서를 감안해 美國과 日本의 對北韓 수교 움직임에 따른 입장 정리를 서서히 해나갈 생각』이라고 천명했다.
이같은 韓장관의 발언은 북한핵 문제가 조만간 타결될 것이란 분위기가 전해진 가운데 나온 것으로 美國과 北韓간의 핵문제 타결은 美國과 日本의 對北韓수교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전제로한 것이다.
핵문제가 언제 해결되고 그 후속조치로 수교가 언제 이루어질지모르지만 北韓이 美.日과 수교하는 것은 韓國의 그동안의 외교 틀과 환경을 혁명적이라고 부를만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변화에 미리 대비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이같은 대응책을 미리 준비하자고 나선 것은 무엇보다 北韓이 개방의 길로 들어서고,나아가 美.日과 수교하는 것이 길게보면 南北관계에 보탬이 된다는 판단과 나아가 정부가 北韓의 對美.對日 수교를 돕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부는 지난 88년 7.7선언을 통해 「우리는 北韓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일원이 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北韓 스스로 핵문제를 만들어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이 오히려 지연돼 왔다.
핵문제라는 돌출변수가 없었더라면 北韓의 對美.對日수교가 지금보다 훨씬 빨리 가시화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구도가 아직 완전히 서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성급하다는 지적을 무릅쓰고 외무부가 이같은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데는 급작스런 외교환경 변화에 국내의 충격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
對北관계에서 양보만 한다는 보수파들의 목소리를 의식한 것이다. 북한의 美.日과의 수교는 도쿄와 워싱턴에 北韓대사관이 개설되고,平壤에 日本과 美國의 대사관이 개설되어 美.日국민들과 물자가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상황은 그동안 「北韓을 국제사회로의 유도」를 말하면서도 지난 40년간 냉전외교체제에 익숙해온 우리가 한번도 경험해보기는 커녕 상상도 해보지 못한 것이다.
이는 6共시절 舊蘇聯.中國과의 수교 이상으로 우리 외교사의 혁명적 경험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그동안 南韓을 통해 北韓을 바라보던 美國과 日本은 독자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고,韓國도 北韓을 개방.국제사회로 이끌어내는 이점이 있지만 그 못지않게 舊질서에 향수를 느끼는 보수세력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미 『韓美양국이 北韓과의 협상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했다』『우려하던 대로 美.北이 韓國을 빼돌린채 직접 담판을 한다』고 우려해온 이들은 쌀시장 개방때와 마찬가지로 『南北관계 개선없이는 美-北韓 관계개선 없다더니 南北관계의 진 전이 없는 상태에서 수교 협상이 웬 말이냐』는 비난을 할수 있다.
게다가 美國과의 협상을 위해 약속한 남북대화를 北韓이 상징적으로만 유지하며 실질적인 진전을 거부할 경우 이같은 보수세력들의 소리는 韓國정부의 입지를 약화시키면서 北韓을 국제사회로 진입시키려는 전략마저 차질을 빚게 할수 있다.
외무부가 작년말께부터 심각한 고민에 빠져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韓장관은 최근 외무부 실.국장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美國과 日本의 對北韓 수교 움직임이 南北관계에 미칠 영향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도록 지시했다.
외무부는 일찍 대비함으로써 정부가 北韓의 對日.對美수교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손놓고 있었다는 비난을 면하는 동시에 실제로北-美간의 수교협상에 韓國이 기여한다는 인상을 주길 원하고 있다. 특히 北韓이 핵카드를 앞세워 구사하는 한반도 문제의 美.
北韓화 전략에 걸려들어 장차의 통일문제나 안보논의에서 완전히 소외되는 상황을 맞아서는 안되겠다는 위기의식도 깔려있다.
정부는 北韓의 對美.對日수교후의 외교정책 방향을 확정하지는 못했지만 美國이 수교교섭 정례화나 경제제재 해제,연락사무소 설치등 수교 이전의 단계들을 밟아 나가는 동안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내부 충격을 줄이면서 南北에 도움이 되는 체 계적인 대책을 마련할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朴義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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