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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무협작가서 만화스토리작가 변신 夜雪綠 최재봉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夜雪綠」.신비하지만 어딘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름.
만화가게를 드나들어 본 청소년이나 일부 성인 무협지 팬들에게야설록이라는 이름은 꽤나 잘 알려져 있다.야설연(夜雪緣)이라는유사품(?)필명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80년대에 국내 무협지의 이른바「5대작가」중 하나로 명성을 날리던 야설록이 요즘에는 만화 스토리작가로 변신했다.
崔宰鳳씨(34.창작기획「무한」대표)가 筆名 야설록의 주인공.
崔씨가 운영하는 창작기획「무한」에서는 매월 만화 50권분량의스토리를 전문적으로 생산해 만화가들에게 공급하고 있다.이현세.
박원빈.조남기씨등 유명만화가 10여명과 계약을 맺고 있다.
국내 만화시장에 매월 나오는 신간만화 단행본이 3백여권에 불과하니 崔씨는 새 만화 내용의 무려 6분의1을 도맡고 있는 셈이다.그만큼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책임이 크고,본인도 그 점을 느끼고 있다.
崔씨는 10년전에는 을지로에 많이 있던 속칭「무협지 공장」의말단 무명작가에 불과했다.軍에서 갓 제대한 82년5월 崔씨는 친한 선배의 권유로 책상 하나에 볼펜만 대주는 대본소용 무협지출판사에 들어가 3개월간 1만2천장 분량의 무 협지를 써냈다.
그 대가로 받은 원고료는 24만원.장당 20원꼴의 살인적인 저임금이었다.
『야설록이라는 필명은 을지로 시절에 지었습니다.군복무때 한겨울밤에 보초근무를 하다 동료와 「저 산에 쌓인 눈빛이 녹색이냐,청색이냐」를 두고 논쟁을 벌였던 적이 있어요.그 기억이 새롭고 이름의 분위기도 마음에 들어 夜雪綠으로 정했지 요.』 『九大門派』『劍對劍』등 崔씨가 지은 무협지들은 동네 만화방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그의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그러나 영리에눈이 먼 무협지 출판업자들과 황당한 武功이나 애정행각 묘사에만치우친 일부 저급작가들의 자승자박으로 국 산 무협지는 독자들의따돌림을 받아 86년을 고비로 시장자체가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다. 崔씨가 만화스토리 작가로 방향을 바꾼 것도 이즈음.이현세씨와 손잡은 공상과학만화『아마게돈』은 특히 호응을 받았다.
『97년에 출판시장이 개방되면 값싸고 재미있는 일본만화가 물밀듯 들어 올게 뻔합니다.어린이들이 걱정돼요.일본에 우리 만화를 역수출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盧在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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