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기 도입 이면계약 공방/국방부·대우 팽팽한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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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백만불외 수수료는 인정못해”/국방부/“계약대로 5% 받기로 한 것뿐”/대우
총규모 6천3백15억원에 달하는 해상초계기(P­3C) 도입사건과 관련,이면계약에 의해 생긴 엄청난 커미션 의혹을 둘러싸고 국방부와 국내 대리점인 (주)대우가 특감 시작부터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병태 국방장관은 28일 율곡사업에 대한 전면 재특감을 발표하며 해상초계기 도입에 4백만달러외에 2천9백75만달러의 수수료를 책정한 이면계약 의혹을 조사할 방침을 밝혔다.
이에 대우측은 29일 즉각 성명을 발표하고 『국방부가 밝힌 의혹은 사실과 크게 다르다』며 『대우와 록히드사는 어떠한 형태의 이면계약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우측은 이미 올 상반기 감사원의 감사에서 밝혀진 4백만달러의 상담료를 받았을 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우측은 90년 12월 군수본부가 미 록히드사와 해상초계기 도입 계약을 하기 이전 이미 자사가 록히드사와 컨설팅계약을 하고 미국의 기준에 따라 판매계약가의 5%를 수수료로 받기로 해 결과적으로 2천9백75만달러를 받기로 한 것일 뿐인데 이를 국방부가 이면계약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이 나오는 것은 수수료율에 대한 정부의 규정이 도중에 변했기 때문이다.
해상초계기사업 총규모는 8억4천9백93만달러로 이중 초계기 구매는 5억9천5백만달러,이에 대한 후속 종합군수지원은 2억4천4백93만달러다.
이 가운데 종합군수지원 부문은 군수본부가 미국정부와 FMS방식으로 직계약한 것이므로 수수료를 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록히드사로부터 상용방식으로 구매한 초계기 비용은 중간에서 컨설팅을 해준 대우에 대해 록히드사가 당초 계약대로 5%에 해당하는 2천9백75만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며 이는 이면계약이 아니라는 것이 대우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계약이 최종적으로 이뤄졌던 90년 12월 국방부 수수료율 기준에 따르면 최대 4백만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추가 2천5백75만달러는 이면계약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쟁점은 ▲대우와 록히드사간의 수수료 계약을 이면계약으로 볼 것인가 ▲이 계약의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 계약이 구입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이 과정에 어떤 흑막이 개입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으로 요약된다.
대우와 록히드사간의 계약을 이면계약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군수본부와 록히드사건의 계약당시 계약서에 대우에 대한 4백만달러 수수료가 명기됐었고 따라서 이 금액이외의 수수료는 이면계약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국방부내에는 록히드사가 수수료를 어떻게 지불하는지는 대우와 록히드사의 문제일뿐 국방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며 이를 이면계약으로 볼 것도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대우측도 이와 마찬가지 입장이다.
효력부분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수수료율 기준을 위반한 계약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민간기업들의 임의계약을 법도 아닌 국방부 군수본부의 지침으로 효력을 좌우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하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쌍방의 계약내용에 관계없이 「과다수수료」를 보장하기 위해 초계기 가격이 얼마나 올라갔는가 하는 부분이다.
특감단은 록히드사가 수수료를 높이 책정,공급가격을 비싸게 해 우리 정부에 바가지 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사실이면 록히드사는 불공정 거래 혐의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과정에 어떤 흑막이 개입돼 우리 정부가 바가지쓰도록 의도적으로 묵인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당초 대우와 록히드사간의 계약에 따른 커미션 2천9백75만달러와 국방부와 록히드사간의 계약에서 인정되어 대우가 받았다고 주장하는 4백만달러 사이의 차액 2천5백75만달러의 행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우는 록히드사가 나머지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만 주장하고 있어 이 돈이 록히드사에 있는지,아니면 다른 형태로 지불되었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따라서 이번 특감은 관련 당사자 조사는 물론 당시의 협상과정과 계약서·국제 판매가격 등 모든 것을 종합,판단해 규명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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