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논단게재 박태준씨 항변-내가 나섰으면 김대중씨 됐을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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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民自黨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외압시비를 야기한 뒤 정계를 은퇴,지난 3월10일 일본으로 건너가 칩거중인 朴泰俊前民自黨최고위원이 오랜 침묵을 깨고 盧泰愚前대통령에 대한 원망과함께 포항제철에 대한 검찰수사결과에 대해「무죄」 라고 항변했다. 朴씨는 지난달 29일 日本東京의 한 음식점에서 평소 친분이 있던 월간『한국논단』의 발행인 李度珩씨와 만나 그간의 심경을 밝혔으며,대담 내용이『한국논단』1월호에 실렸다.
朴씨는『盧대통령의 모호한 태도로 대권출마를 시도했다가 뒤늦게출마포기를 강요한 盧대통령의 요구로 중도포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金泳三대통령과의 화해 가능성에 대해『한국에는 친구가 하나도 없다』는 말로 그럴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대담 내용을 몇가지 주요 항목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정계은퇴배경=정치에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다.92년1월 盧대통령이 경선을 공언했으며,넌지시 출마를 권유해왔다.그런데 막상출마의사를 밝히자 그는 특유의 아리송한 말로 얘기를 돌리기만 했다. 확실한 뜻을 알아보고자 그와 친한 朴浚圭 당시국회의장과趙南豊 당시기무사령관을 통해 의중을 타진했더니 한결같이『출마를말리지 않는다.오히려 나서보라고 한다』는 답을 얻었다.본격적으로 일을 추진하던중 李鍾贊.李漢東의원도 盧대통령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을 본인들의 입을 통해 알았다.盧대통령은 우리 세사람을부추긴 것이다.
그때『朴泰俊은 안된다』는 제한경선론이 YS측에 섰던 金潤煥의원으로부터 나오길래『경선한다고 하고서는 이제와 무슨 소리냐』고항의했는데 李相淵당시안기부장이 만나자고 했다.두차례에 걸쳐 출마포기를 강요당했다.이를 거부하자 盧대통령이 직 접 전화를 해『안기부장 뜻이 바로 내 뜻이다.협조해달라』고 하면서『출마하면신원문제도 생길수 있다』는 협박 비슷한 얘기도 했다.
생각같아서는 당장 탈당하고 싶었지만 동료들이 워낙 말려 못했다.내 마음대로 했다면 金泳三씨가 당선되지않고 金大中씨가 당선되거나 鄭周永씨가 생각을 바꿔 姜英勳씨 같은 후보를 내세워 당선됐을 것이다.
그때부터 마음에 없는 행동을 해야하니 고통스러웠다.盧대통령이탈당하면서 한마디 사전 얘기도 안해주는 수모도 겪었다.정계은퇴를 결심했지만『선거가 끝날 때까지 있어달라』는 金泳三씨의 간청에『선거가 끝난뒤 정계를 떠나겠다』고 약속했다.
광양에서 마지막으로 金泳三씨와 담판할때도『나 좀 살려달라.인간적인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하니까 그도『앞으로 서로 욕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하더라.그래서『염려말라.앞장서지는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당선을 빌겠다』고 했다.
▲장기외유경위=정계은퇴 결심후 경제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회사(포철)일을 위해 중국.미얀마등을 다니다가 치질이 심해져 일본에서 수술을 받았다.간신히 몸을 움직일수 있게되자마자 3월초주주총회가 있어 일시 귀국했다.그런데 회사쪽 사 람들이 이미 2월중순부터 세무조사가 시작되는등 심상치않다며 외유를 권유해 일본으로 왔다.이후 몸속에 물방울이 발견돼 지난 6월까지 진료를 받았다.
▲포철조사결과=정치자금과 연관해 아무리 조사해봐야 회사돈을 정치자금으로 유용한 흔적은 한군데도 없으니까 시집간 딸의 주식까지 전부 내 재산이라고 발표했더라.
사실 회사돈을 정치자금으로 쓰는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
정치를 하니까 이런저런 명목의 성금이 많이 들어왔지만 즉시 아래로 나눠주었지 내 앞으로 쓴 일은 없다.내가 데리고 일했던 친구들이 개혁그룹과 짝자꿍이 돼 창설자인 나의 이 력을 난도질하는 것이 가장 큰 인간적 수모요, 충격이었다.이를 극복하는데4개월이 걸렸다.내가 무슨 큰 죄를 지었나.
***韓國엔 친구없다 ▲金대통령과의 화해및 귀국의사=일본에는친구가 몇명 남아있지만 한국에는 친구가 한명도 남아있지않다.내앞에서 하던 말들은 기회주의적이었던 말이 많았다.내가 이 지경인데 얼굴 내비치기는 커녕 편지나 전화 한통도 없다.나는 金玉均과 같은 입장이 된듯하다.실패란 소리는 하지말라.나름대로 국가를 위해 인생을 뜻있게 바쳤다.국민과 국가로부터 인정도 못받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귀국이 있을수 있나.
▲근황=어려운 점이 많지만 나카소네,미야자와,다케시타 前일본총리등 정치인들과 세지마(伊藤忠상사고문)씨등 고마운 일본인들이도와주고 있다.
〈吳炳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