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앞둔 유임승부수” 추측/권 국방 긴급회견 왜 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군수본부측 대응미흡 직접 나서/자신에 쏠리는 책임회피 흔적도
일요일인 19일 오후 권영해 국방부장관의 갑작스런 기자회견은 포탄수입 사기사건의 진상을 소상히 밝혀주기보다는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권 장관은 이날 회견을 통해 이번 사기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국민에게 정중히 사과함으로써 최근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고 있는 의혹의 불길을 신속히 진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그러나 권 장관의 회견을 보는 군 안팎의 시선은 결코 곱지만은 않다.
전면개각을 불과 이틀앞둔 시점에서 특별히 새로운 내용도 없는 기자회견을,그것도 어론에 이미 공개된지 4일만인 19일 오후를 택했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내용없어
권 장관은 이날 오전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국군중앙교회(국방부내 소재)에서 예배를 마친 다음 이수휴차관과 안병길 제2차관보,장병용 특검단장,박정근 법무관리관 등 주요 간부들을 소집,오후 2시부터 약 1시간동안 확대 간부회의를 주재했다.
오후 1시간30분까지 집합하라는 통보를 받은 간부들은 부랴부랴 장관실로 집합,포탄 사기사건의 수사진행 과정과 향후 언론대책 등을 숙의했다.
회의는 시종일관 권 장관이 이끌어갔고 참석자들은 누구 하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장관이 이처럼 갑작스레 회의를 소집한 것은 이 날짜 조간신문들이 포탄사기사건에 대한 갖가지 의혹들을 제기해 가자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판단,기자회견을 열기로 최종 결심했기 때문이라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사건이 연일 언론에 대서특필되도록 군수본부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못해 장관이 직접 칼을 뽑게 된 것』이라고도 했다.
권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자신은 지난 8월6일 이수익 군수본부장으로부터 처음 이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가능한한 모든 방법을 동원,국고손실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의혹 아직도 남아
그는 또 당시에는 이 사건이 국제적 사기사건인 줄은 몰랐으며 이를 김영삼대통령에게까지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난 7월28일 박정근 법무관리관으로부터 군수본부에 외자관련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았었다고 말했다.
이로 미뤄 볼때 권 장관은 적어도 지난 7월 이미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김영삼대통령에게도 보고하지 않은채 국방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대통령도 지난 15일 처음 이같은 사기사건을 보고받고 『다 썩었구만』하며 진노,철저한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건확대를 원치 않았던 권 장관이 대통령의 질책을 받고 긴급히 회견을 결정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권 장관의 말대로 그는 과연 이 사건을 지난 8월에야 처음 알았을까 하는데 대한 의문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는다.
포탄 사기사건은 이미 지난 91년말 적어도 국방부 안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드러났었고 권 장관은 당시 차관으로 전력증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더욱이 지난 7월 법무관리관으로부터 1차 보고를 받았을 때도 권 장관은 이미 군수본부장으로 하여금 국고손실 보전에 최대한 주력하라고 지시한 바 있었다.
○결과적으로 악수
이날 회견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문제 해결을 놓고 청와대측과 계속 합의를 해온 권 장관이 내일로 예정된 개각을 앞두고 청와대와의 교감속에 자신에게 쏠리는 책임과 의혹을 불식하려는 노력으로 고위 관계자들에까지의 수사확대를 지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에게 신임이 두터워 갖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켜온 권 장관이 유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개각을 의식,이대로 당할 수 만은 없다고 판단해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으나 결과적으로 악수를 둔 것이라며 유임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이들도 있다.<김준범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