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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화전과 대외문화재 설움-佛박물관 약속깨고 대여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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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술계의 시선이 온통 집중된『高麗佛畵특별전』에서 외국에 있는 우리문화재의 서러운 신세를 다시한번 확인하는 어처구니없는일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있다.
국내 최초로 열린 고려불화전은 3년여의 준비끝에 일본내 고려불화 16점과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 불화2점을 국내의 고려불화와 함께 선보이겠다고 한 전시회.
그러나 기메박물관은 당초 약속한『阿彌陀獨尊圖』『水月觀音圖』등2점을 개막후 1주일이 지난 16일 밤에서야 보내왔다는 것.
사전조정과 협의를 거친 약속을 일방적으로 깬 기메박물관측의 처사로 湖巖미술관.東國大박물관등 주최측은 남의 나라 수중에 있는 우리문화재의 서러운 신세를 다시한번 실감했다는 후문이다.특히 중요문화재.중요미술품으로 지정된 작품까지 보내 온 일본관계자들이『기메의 고려불화는 처음부터 올 계획이 없었던 것 아니냐』며 의혹에 가득찬 눈길을 보내 이를 무마시키느라 진땀을 뺐다는 것. ○…호암미술관과의 교류를 전제로 대여전시를 약속한 기메박물관이 국제교류전의 관행을 무시한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인 것은 지난 9월 미테랑프랑스대통령 방한때 奎章外閣도서를 반환한 이후부터.
奎章外閣도서는 당시 프랑스국립도서관 여직원이 울고불고하며 반발하는 것을 무릅쓰고 반환됐는데 이 사건후 기메박물관 자문위원회에서『이번에 가는 고려불화도 규장외각 도서처럼 돌아오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제동을 걸었다는 것.
기메박물관은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서류미비」란 빌미를 붙여 호암미술관측에「대여불가」사실을 통보해왔다고.
개막준비 막바지에 어이없는 일을 당한 호암미술관측은 요식행위에 불과한 서류를 마련하는 한편 駐韓프랑스대사관에『국제관례상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거센 항의를 전했다는 후문.
이 과정에서 주한프랑스대사관이 발벗고 나서 프랑스와는 다른 우리국민의 재외문화재에 대한 정서를 본국에 전하며 결국 대여불가결정의 번복을 유도했다는 것.
○…뒤늦게 도착한 기메박물관의 고려불화를 인수한 호암미술관측은『韓佛간에 걸려있는 미묘한 감정대립의 불똥을 뒤집어쓴 것같다』며『공신력있는 박물관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고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
5백년 이상된 고려불화는 현재 호암갤러리에서 진공처리된 특수제작 쇼케이스에 넣어져 전시중인데 호암미술관은 새로 두 작품이도착함으로써 주말을 이용해 전체 디스플레이를 재조정하는 철야작업을 펼 예정.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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