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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한국방문의해 준비-450만 유치 관광한국 부푼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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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관광산업은 흔히「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린다.「외국관광객 1명 국내 유치=신발 1백5켤레,14인치 컬러 TV 11.5대,승용차 0.17대 수출의 외화가득 효과」.높은 고용창출과 외화가득 파급효과등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와 공익성을 수치로 보여주는 관광산업의 경제분석이다.그러나 이제까지 관광산업은 먹고 써버리는 소비재 산업이나 들러리 산업으로 인식돼 각종 정책 수립때 비중과 우선순위가 낮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단적인 예가 88서울올림픽.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온갖 정책적 배려가 관광산업에 집중됐으나 올림픽이 끝나자 언제그랬느냐는 식으로 정책 외면과 혜택 박탈로「韓國관광號」는 침체의 늪속에 침몰했다.
특히 89년부터 시작된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이후 내국인의 외국여행은 봇물터지듯 늘고 있으나 외국 관광객 증가율은 이에 따르지 못해 관광수지 逆調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정부가 관광 재도약과 활성화의 발판으로 삼기위해 90년부터「94 한국방문의 해」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쓰는 것이 벌어들이는 것보다 많으니 벌어들이는 쪽에 치중하자」는,다소 관광산업 진흥의 개념에서는 어긋나는 것이지만 뒤늦게나마 재인식의 계기가 됐다는 점에 의의를 둘수 있다.
그러나 곳곳에 도사리며 관광산업의 족쇄를 채우고 있는 법.제도적 규제가 풀리지 않는한 관광호의 자체 浮上은 기대하기 힘들다. 왜 레이건 美대통령까지 직접 TV에 출연해 관광진흥에 목청을 돋우었는지를 우리의 정책결정자가 이해하지 못하는한「94 한국방문의 해」는 또다시 일과성 행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관광수지 적자=우리의 관광수지는 해외여행 규제에 힘입어 60년대이후 흑자를 기록했으나 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이래 흑자폭이 줄어들어 91년에는 적자로 돌아섰다.
관광객 입국 현황에 따르면▲87년 1백87만여명▲88년 2백34만여명▲89년 2백72만여명▲90년 2백95만여명▲91년 3백19만여명▲92년 3백23만여명▲93년(1~10월)2백73만여명으로 늘고 있으나 증가율은 89년까지 두자리 수를 보인이후 90년이후에는 한자리 수로 낮아졌으며 지난해에는 1.1%,올들어 10월까지는 대전 엑스포에도 불구,겨우 0.1%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비해 내국인 출국자는 88년 72만여명이던 것이 89년에는 67% 늘어난 1백21만여명이었고▲90년 1백56만여명▲91년 1백85만여명▲92년 2백4만여명▲93년(1~10월)1백98만여명으로 큰폭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내국인 출국자 수를 앞서고 있으나 해외여행객의 1인당 소비수준이 훨씬 높아 적자폭이 벌어지고 있다.
87년 15억9천만달러를 최고로 88년 11억1천만달러,89년 9억5천만달러,90년 3억9천만달러등 흑자 규모가 작아지다91년 3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5억2천만달러로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올들어 10월말까지 4억5천만달러를해외에 더 지출했다.
◇「94 한국방문의 해」사업 추진=관광산업을 더이상 방치할 경우 외화유출이 눈덩이처럼 커질뿐 아니라 국제화.세계화라는 흐름에서도 낙오,변방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과거 존재해왔던 관광산업에 대한 국가보호막이 해외여행 자유화에따라 없어짐으로써 불가피하게 경쟁력을 갖추어야한다는 자유시장 경제논리도 실려있다.
따라서 서울 定都 6백년이 되는 94년을 한국방문의 해임을 전세계에 알려 汎정부적으로 이를 지원.추진,관광수지를 개선하려는데 중점을 두고있다.90년2월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같은해 9월 대통령에 의해 선포되고 지난해4월 정부의 관 광정책심의회가 기본계획을 확정,사업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정부의 각 부처가 지원키로 했다.
현재 계획은 외국관광객 4백50만명을 끌여들여 45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목표.
외국에서도 관광객 유치를 위한 自國방문의 해 사업을 벌인 사례는 많다.美國은 2차대전등 전쟁특수로 인한 경제호황이 50년대 후반부터 침체국면에 들어감에 따라 이를 타개하는 돌파구로 61년「Discover Ameria」를 슬로건으로 미국방문의 해 행사를 벌였다.또 泰國은 국왕 즉위 50주년 경축을 계기로87년을 방문의 해로 선포했고,뉴질랜드도 90년 이 행사를 열었다. 이밖에 말레이시아(90년)와 인도(91년)도 외국관광객흡수를 위해 각각 방문의 해 사업을 개최,적지않은 성과를 거두었다. ◇문제점=한국방문의 해를 앞두고 정부는 해외홍보와 외국인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日本.東南亞.美國등 12개 도시에 관광사절단을 파견하고 관광호텔 부대시설에 대한 영업제한을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한편 1만3천실의 민박시설을 갖추었다.또 세계관광시장의 최대 손님인 日本人들이 쉽게 찾을수 있도록 대전 엑스포때 한시적 으로 실시한NO VISA(무사증 입국)제도를 日本人에 대해 내년까지 연장하고 관광요금의 5~50% 할인제도 도입했다.
그러나 목표대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한국방문의 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해결하거나 개선해야할 문제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관광산업에 대한 제도적.행정적 규제를 들 수있다.
엑스포를 앞두고 바.슬롯 머신업소등 특급 관광호텔 부대시설에대해서는 영업시간 제한을 다소 완화했으나 나머지 호텔의 영업시간을 자정~오전 4시까지 규제함으로써 외국인들의 야간놀이(night tour)욕구를 막고있다는 것이 여행업체 의 한결같은 불만이다.
정부 부처끼리의 이해부족에 따른 정책 혼선도 관광업을 어렵게하는 요인으로 내년 6월이후에는 준주거 지역에서의 관광호텔 신축이 금지돼 관광객들의 객실난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내년에 예정대로 외국관광객이 몰릴 경우 서울에서만 9천여실의 호텔객실이 부족할 것으로 교통부관계자는 예측하고 있다.
관광호텔내 유흥주점 영업에 대한 신규허가를 제한하고 외화수입에 대해 10%씩 물리는 부가가치세율도 호텔 신축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특히 특급호텔의 경우 객실 1개를 짓는데 3억원이나 들어 객실 사용만으로 수익성이 없는데도 예식장 영업등 부대시설 활용을봉쇄하고 까다로운 허가절차로 인해 호텔을 짓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실정이다.88올림픽이후 서울■내에 새로 건 축된 특급호텔이 단 2개에 불과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밖에 택시등 대중 교통수단의 고질적인 불편이나 안내책자 부실등 서비스 부재도 외국인의 발길을 돌리게하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외국관광객 알선에 오랫동안 관여한 업자들에 따르면 호화호텔 신축 위주의 관광 부양책은 선진국의 여행 패턴을 잘 모르는데 기인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해외여행이 대부분 평생에 한두번이어서 많은 돈을소비하지만 유럽등 선진국에 있어서는 해외관광이 생활화돼「적은 돈으로 알짜 여행을 즐기자」는 의식이 앞서 값비싼 호텔대신 대중적인 숙소를 찾는다는 것이다.따라서 호텔 신축 못지않게 국내장급여관등의 위치나 편리한 접근 교통시설등을 자세하게 홍보하는일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관광업체 책임자로 근무하는 李春建씨(40)는『해외여행이 일상화된 선진국 여행객을 잡기위해서는 값이 싸면서도 서비스가 좋은 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지금처럼비즈니스 여행객등을 겨냥,호화롭고 대형 위주로 관광시설을 갖출경우 몇년이내에 관광의 인프라(사회간접자본)취약으로 인해 관광진흥이 어려운 국면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金石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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