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사기」 안풀리는 의문 6가지/국방부선 6개월간 조사했다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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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①불 2사 같은 업체인가/②연거푸 속은 이유가 뭔가/③서류 하자 통보 받았나/④은행측 잘못 인정했나/⑤율곡감사땐 왜 몰랐나/⑥국내대리인 왜 나뒀나
국민의 혈세 53억원을 어처구니 없이 떼인 무기수입 국제사기사건은 국방부가 6개월간이나 조사를 벌였는데도 아직 의문점 투성이다.
국방부와 외환은행 측은 각자 나름대로의 논리를 내세우며 책임을 미루고 있으나 여러 정황으로 미뤄 이들 두기관중 어느 한쪽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양측의 해명에도 불구,풀리지 않고 있는 의문점을 정리한다.
◇에피코사와 FEC사는 이명동사인가=국방부는 문제의 포탄도입 계약을 체결한 것은 프랑스 무기상인 에피코와 FEC사 등 2개 업체였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이 15일 파리지점에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외환·주택은행과 신용장을 개설한 에피코사 대표 후앙 장 르네는 FEC사의 대리인이었으며 실제로 장 르네는 세차례에 걸쳐 외환은행 파리지점에서 무기대금을 찾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들 두회사는 후앙 장 르네가 경영하는 별개의 두 회사일 수도 있고 실제로는 한 회사이면서 대외적으로는 별도 회사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장 르네가 에피코사에는 대표직함을,FEC사에는 대리인 직함을 각각 갖고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연쇄사기 어떻게 가능했나=외환·주택·상업은행 등에 따르면 FEC사가 91년 5월3일 외환은행 파리지점에 가짜 선적서류를 제출하고 결제를 요구하자 상업은행은 군수본부측의 결제의사를 확인,5월18일 1백78만9천1백54달러를 지급했다.
그러나 실제 포탄 선적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도 포탄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처럼 1차대금 지급후 1년7개월이 지나도록 포탄선적이 안된 상태에서 국방부가 92년 12월 FEC사의 대리인이 대표로 바뀐 에피코사에 대해 대금을 지급해주도록 승인한 것은 단순한 실수나 근무태만이 아니라 프랑스와 국내 무기상·군수본부 직원간에 어떤 조직적인 범행공모가 있지 않았나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서류상의 하자 통보 받았나=외환은행측은 에피코사가 제시한 선하증권에 기본적인 하자가 있음을 발견,이를 전화로 군수본부측에 통보한 다음 대금지급 여부를 문의했다고 주장하며 통화한 상대방을 양모 사무관이라고 지목했다.
반면 군수본부측은 『무기거래에 필요한 절차는 모두 서면으로 할뿐만 아니라 은행측으로부터 그런 통보를 받은 직원도 없다』며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결국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있는 셈이다.
◇은행측은 과오를 인정했나=권영해 국방장관은 15일 국회에서 『사건이 나자 외환은행측이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고금액 전액을 국고에 납입하겠다고 제의,협의하던중 결렬됐다』고 말했으나 외환은행측은 이같은 내용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상식적으로 생각할때 외환은행측이 53억원이라는 거액을 국방기부금 형식으로 국고에 납부할 것을 제의했다는 국방부측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율곡사업」 감사는 뭘 했나=국방부가 신용장 개설은행인 외환·주택·상업은행 등으로부터 선적서류를 접수한지 6개월후인 지난 6월께 계약품목이 실제 선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을때는 감사원의 율곡사업 비리감사가 한창 진행중일 무렵이었는데도 이같은 사실이 전혀 포착되지 않고 넘어갔다. 일부에서는 당시 감사원이 이 사실을 적발하고도 덩치가 큰 다른 율곡사업 관련비리에 치중한 나머지 이 사건에 대해서는 그냥 묵인해줬다는 소문도 있다.
◇국방부는 왜 조사에 소홀했나=사기당한 53억원을 회수하는데 급선무가 에피코사를 추적하는 일인데도 국방부는 에피코사의 국내 대리인인 광진교역 대표 주광용씨(52)에 대해 자유자재로 활동할 수 있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그러나 『광진교역은 에피코사가 거래하는 국내 대리인일뿐 군수본부에 정식 등록된 업체가 아니어서 국방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김준범·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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