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복합기능 가전품 쏟아진다-소비자의 편리.알뜰구매 겨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라는 수치개념이 기업 신상품 개발의 세계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둘 이상의 기능을 하나의 제품에 결합시켜 부가가치를 한 껏 높이는 이른바「복합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합제품이란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상품을 하나로 결합해 새롭게 재구성한 것으로 최근 들어 특히 가전업계를 중심으로 부쩍늘어나고 있다.
사실 복합제품이라고 해서 새롭거나 낯선 상품이 등장하는 것은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지우개 달린 연필만해도 글씨를 쓰는 연필의 기능과 글씨를 지우는 지우개의 기능을 하나의 상품속에 결합시킨 복합상품의 일종이다.또 손톱깎이 하나가 병따개.깡통따개등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도 훌륭한 복합상품 의 예다. 그러나 최근 가전업계에 등장하는 복합제품은 두 개의 전자제품을 단순히 하나로 결합한 제품뿐 아니라 컴퓨터에 영상이나 음성등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결합시킨 CD-I(대화형콤팩트디스크).DCC(디지틀콤팩트디스크)등 멀티미디어 제품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80년 일본 소니社의 연구실에서 개발된 캠코더는 가전업계 초기 복합제품의 대표적인 경우다.
가볍고 소형인 비디오 카메라에 재생기능을 갖춘 VTR(비디오테이프레코더)를 결합시킨 이 제품은 전세계 전자업계에 일대 선풍을 일으켰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간 8백50여만대가 팔려나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86년 금성사를 선두로 삼성전자.대우전자등 가전 3사가 생산을 시작한 이래 늘어 나는 수요를 감당못할 정도다.
최근 노래방 열풍을 몰고온 LDP(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
CDG(콤팩트 디스크 그래픽 플레이어)도 복합제품을 한 차원 끌어올리면서 영상기능과 오디오기능을 하나로 결합시켜 성공한 경우다. 「비디오비전」으로 불리는 TV-VTR는 TV를 산 사람이 VTR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별도의 VTR를 구입했던 불편을 없앴으며 유무선 복합 전화기,전화기와 팩시밀리기능을 동시에갖춘 제품등도 복합 제품의 일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냉장 기능과 온장기능을 함께 갖춘 복합자판기「캔 자판기」를 선보인 뒤 당초 1천대 판매를 계획했으나현재 1만대를 판매했다.
얼마전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전자회사인 필립스社는 키보드.팩스송신기능.5인치화면기능을 갖춘 컴퓨터 겸용 전화기까지 선보였다. 이처럼 최근 복합제품 개발이 급속도로 번지게 된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복합제품은 소비자의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다.소비자로서는서로 다른 여러개의 제품을 하나의 제품으로 결합해 놓을 경우 그만큼 사용하기가 편해질 수밖에 없다.
금성사의 한 관계자는『특별한 전략에서라기보다 제품 개발의 주안점을 소비자의 필요에 맞추다보니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은 경우』라고 복합제품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올해 대우전자가 선보인 비디오 테이프를 위로 넣는 방식의 비디오비전은 복합상품 개발이 응용된 한 보기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TV기능과 VTR기능을 결합시키다 보니 전자파가 서로 달라 신호 간섭 현상이 생기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VTR기능을 제품의 위쪽으로 배치했다』고 밝혔다.
복합제품이 확대되게된 또 하나의 배경은 전반적인 경기 변동 추세다.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구매심리가 알뜰해지면서 복합상품이 소비자들로부터 더욱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개의 상품을 결합한 것이고 보니 개별 상품가격을 합한 것보다 가격은 싸질 수 밖에 없고 소비자로서는 그만큼 경제적인 효과가 높아졌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무선전화 팩시밀리는 무선전화기와 일반전화기그리고 팩시밀리 1대를 결합했지만 가격은 50만원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복합제품은 상품개발의 개념을 크게 뒤바꿔 놓았다.
종전까지만해도 보다 앞선 기술만 추구해오던 상품개발의 수직적이고 단선적인 개념을 수평적인 개념으로까지 확대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생산하는 기업입장에서는 특별한 기술을 추가하지 않고서도 새로운 제품 개발을 할 수 있을만큼 제품 개발의 영역이넓어졌다.
나아가 이같은 복합제품 바람은 이제 서로 다른 업종을 하나로묶는 데까지 발전하고 있다.
아남전자.인켈.롯데전자등 오디오 전문업체들은 오디오.비디오가단일 상품으로 결합되면서 컬러 TV 사업을 시작하는등 영상전자업계에 뛰어들고 있으며 삼성.금성.대우 등 가전3社는 반대로 오디오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업다각화 차원에서가 아니라 제품의 복합화로 인해 서로간의 영역구분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상품의 복합화를 보다 넓은 개념의 시스팀 통합이나 홈 오토메이션(자동화 개념을 가정에까지 확대한 것)의 전단계라고 보고 있다.
이미 복합제품 개발이 시스팀화로까지 발전한 일본의 경우 새로짓는 아파트에는 청소기가 건물에 내장돼 있어 필요할 때 호스만꺼내쓰면 되고 이 청소기는 아파트의 공동 쓰레기처리장으로 연결돼 있어 쓰레기 처리를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단순한 제품 결합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팀 안에 여러 개의 기능을 동시에 관리.통합하는 식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삼성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복합화 전략도 결국은 상품 분야의 복합화를 경영 개념에까지 확대한 것이다.
사무실.공장.아파트.병원.학교 등을 하나의 단지안에 지어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이고 경영의 효율을 높이자는 것으로 복합화를 사회 구성요소의 결합에 적용하는 것이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朴興洙교수는『상품의 복합화는「프러덕트 번들링」이란 마키팅 기법의 일종으로 제품간 수평결합을 통해 상품의 질을 높이고 공간의 효율적인 이용으로 소비자의 편리성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이같은 상품의 복합화는 80년대 이후 활기를 띠기 시작해 앞으로 상품의 기획.생산.판매등 경영의 전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朴承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