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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건설회사 사장-현장 챙기기 쉴틈없는 승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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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한화 그룹의 비자금까지 문제가 되면서 언제부턴가 건설하면 대개들 부실.안전사고.저가입찰.비자금 조성등을 떠올린다.
그래서 요즘은 「좌불안석」이 싫어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자리가 바로 건설회사 사장 자리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건설업은 지난 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부족한 달러를벌어들이는 산업의 역군이었으나 중동의 오일 머니가 「짜지면서」국민 경제에 不實의 큰 짐을 지워 준 업종으로 낙인이 찍히기도했다.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건설업은 중요한 산업이고,또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여전히 상당하다.업체 수는 일반.특수.
전문 건설업체를 포함해 모두 1만3천9백여개에 이르고 이중 연간 도급 한도액 1천5백억원이 넘는 건설회사는 50개다.
건설업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중 하나는 「빠른 판단」이다. 건설업은 여러 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돼 현장마다 서로 판이한공사 여건이 있기 때문에 경영자는 현장에서 즉시 문제점을 파악해 적절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요즈음 건설회사 사장들은 좌불안석이다.
지난 4월 釜山 구포역 열차사고 이후 부실공사가 다시 한번 국가적인 관심사가 되면서 평일은 물론 휴일에도 어김없이 현장을점검해야 한다.내년부터 빗장이 풀릴 국내 건설시장에 진출할 외국업체와 겨루기 위해 기술개발등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
국내 현장에만 매달려 있을 수도 없다.해외공사 수주를 위해 대형 회사 사장이라면 적어도 1년에 10여차례는 외국 나들이를해야 한다.건설회사 사장하면 아직도 가장 대표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사람이 前 現代건설 회장인 李明博의원(52 .民自)이다.
李의원은 65년 現代건설에 입사,12년만에 36세의 나이로 사장이 되고 다시 11년후인 88년에는 회장이 됐다.봉급생활자들의 「우상」이었던 그는 92년 民自黨 전국구 의원으로 국회에진출했다.건설회사 사장으로 국회의원이 됐던 사람 으로는 또 前大宇 사장 金東圭씨(51)를 꼽을 수 있다.
金씨는 상공부 기업차관보로 있던 80년 新군부가 권력을 장악하자 타의로 옷을 벗고 大宇개발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이어 82년부터 3년동안 사장을 하다 85년 당시 新民黨 金泳三총재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金씨는 12대 국회의원 선거때 서울 강동에서 출마,전국 최다득표로 당선되고 이어 13대 국회에도 진출했으나 지난해 14대선거에서는 낙선,3선의 고지를 넘지 못했다.
現代건설 李來炘사장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치판에 발을 넣었다가 경영인으로 다시 돌아온 경우다.
李사장은 70년 대통령 총무 비서실에서 근무중 현대건설에 입사,21년만에 사장이 된뒤 鄭周永 現代그룹 명예회장이 국민당을창당하면서 14대 총선때 서울 鍾路에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李사장은 1년전인 지난해 12월 現代건설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유권자는 믿을 수 없다』는 말로 外道의 「악몽」을 떨쳐버리고 올해부터는 중국정부에서 발주하는 공사총액 1백67억달러의三峽댐 수주를 위해 분주하다.三星건설 朴基錫회장 은 48년 陸士 5기로 졸업,육군 제2군 공병부장으로 있던 61년 5.16을 맞아 건설부장관을 잠시 지냈다.朴회장은 63년 준장으로 예편한뒤 대한주택공사 총재.원호처장.도로공사 사장을 차례로 역임하다 83년 5월 三星건설사장에 취임 ,91년 회장이 됐다.
지난 4월 釜山 구포역 열차사고로 구속됐다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三星건설 南政佑사장은 지난 11월 초 三星위너스 대표이사로자리를 옮겼다.
東亞건설산업 劉永哲대표이사부회장은 64년 신입사원으로 입사,이동이 잦은 건설업체의 속성과는 달리 東亞에서만 30년동안 종사해온 업계에서도 인정해주는「건설 전문 경영인」이다.
劉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지사장으로 있던 78년 당시로서는 국내업체가 수주한 최대공사인 13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자동전화 확장공사를 맡아 6년동안의 난공사를 깔끔히 마무리지었다. 現代산업개발 沈鉉榮사장은 現代건설에서 출발,現代중공업.仁川제철을 거쳐 86년 부사장 재직중 다른 아파트 건설업체들이 미처 눈을 돌리지 못한 지방 아파트 건설에 나서 대성공을 거두었다.이밖에 럭키개발 金大基사장,雙龍건설 張支煥사장, 光州고속李承河사장,建榮 嚴宗鎰사장등이 건설업계에서는 전문경영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2세 체제로 운영되는 회사로는 三扶토건.宇成건설.韓信공영 등이 있고 주부들의 구미에 맞는 아파트를 지어 선풍을 일으킨 靑丘.友邦주택은 오너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일반적으로 건설회사 오너를 비롯,건설사 사장들은 다른 업종보다 유난히 더「권력」에가까워지려는 속성이 강하다.정치권이나 정부와의 「좋은 관계」는더 많은 공사를 따내기 위한 지름길일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건설회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자금」을 비교적 손쉽게 마련하는 업종이라는 속성도 있다.
최근 일본이나 이탈리아에서 정치 정화 바람이 한번 일자 유수한 건설업체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강력한 오너체제로 유지되면서 70년대 중반 아파트건설과 중동시장에서 이름을 떨치던 漢陽은 裵鍾烈 회장이 지난 6월 횡령혐의로 구속되면서 주택공사가 인수하는 조건을 전제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裵회장은 67년 대동목재를 설립,건설업계에 뛰어들어 늘 권력과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전천후 승부사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6共말기부터 서울가락동 民自黨 정치연수원 부지 수의 계약으로 인한 특혜 시비에 휘말린데다 신도시 아파트에서 시도한조립식 공법이 부실로 말썽을 빚고 이어 정치 비자금 조성 문제가 겹쳐 구속됐다.법정관리업체가 된 漢陽의 재산 보전 관리인 金漢鍾씨는 건설부차관을 거쳐 주택공사사장을 역임했다.
***두협회 묘한 대립 아파트 위주의 주택건설업체 사장들은 입주자들이 제기할지도 모를 하자 해결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게만드는 일이다.
韓信공영 金泰亨회장은 아파트 건설업체에서 제일먼저 입주전 검사제를 도입,전 아파트 업체에 이같은 제도가 퍼지게 만들었다.
金회장은 아파트가 완공되고 당첨자들이 입주하기전 가족과 함께 각 가구를 돌며 하자를 점검하고 깨끗이 청소하고 있다.
建榮 嚴宗鎰사장은 사장실에 하자(흠)신고 전화를 설치,입주자들의 불만을 직접 처리해주고 있다.
건설회사 대표들은 59년부터 대한건설협회를 창립,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으나 최근 또 다른 단체가 구성되면서 묘한 대립 관계를 보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다른 경제단체보다 업계를 위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다 중소기업 위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도급순위 30위내의 대형 업체들이 따로 한국건설업체협의회을만들어 딴 살림을 차렸기 때문이다.건협은 59년 5월 설립된 단체로 일반건설업과 특수건설업 면허를 갖고 있는 1천6백60개건설회사들을 회원사로 두고있다.
지난 2월부터는 釜山에 연고를 둔 自由건설 鄭珠永회장이 재직중이다. 한건협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끝나면 내년부터 건설시장의 문을 열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업체간에 긴밀한 유대관계를 다지기 위해 지난해 8월27일 창립됐다.지난 10월21일에는 泰榮을 일반회원으로 받아들여 現 代건설 李來炘사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는 한건협 회원은 31개사로 늘어났다.두 단체의 건설업계 주도권 다툼은 관련업계의 눈총을 받고 있다.
〈都成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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