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사수” 3만여명 시위/서울역광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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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야·농민단체등 탑골공원까지 행진/내일부터 전국확산… 정국긴장/정부,불법·과격화하면 강경대응
쌀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 및 사회단체의 시위가 7일 서울역앞 궐기대회를 고비로 전국적으로 확산돼가고 있어 정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국민·새한국당 등 야3당과 전농·전국연합 등 1백93개 단체 등 3만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역앞 광장에서 대회를 갖고 쌀시장 개방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시위는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시·도에서 별도로 벌어진다.
새정부 출범후 제1야당이 참여하는 장외투쟁은 이번이 처음이란 점에서 정부·여당의 대응 여하에 따라선 정국 경색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관계기사 3,4,5,8,9,23면>
정부·여당은 준법집회는 보호하되 불법·과격시위로 이어질 경우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가급적 법질서가 유지되는 방향으로 설득·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군중집회 성격상 과격·폭력화할 가능성이 있고 그에 따른 경찰의 과잉 진압 등으로 자칫 정면충돌 사태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서울역앞 대회는 쌀과 기초농산물 수입개방저지 범국민비상대책위원회(공동대표 이기택 민주당 대표·이창복 전국연합 의장 등 8명)가 공동 주관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김영삼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걸고 쌀시장 개방을 막겠다던 대선공약을 준수할 것과 쌀시장 개방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함께 ▲쌀시장 개방반대 공약을 어긴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운동 전개 ▲미국의 수입개방 강요 철회 ▲개방대세론을 내세우는 언론의 각성 등을 촉구했다.
대회에서는 쌀시장 개방반대 범국민투쟁 결의문 채택과 대국민 행동지침 등이 발표되며 미국 농산물 화형식·신농정 장례식 등이 진행된뒤 서울역∼남대문∼미도파∼종로3가 탑골공원까지 인도로 행진하며 시위한다.
주최측은 준법집회와 법질서 유지를 약속하고 있으나 집회장소가 도심 한복판이어서 극심한 교통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며 대기중인 경찰과의 정면충돌 위험성도 높다.
이날 부산 동아대는 15일까지 수업거부를 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또 기독교·불교계 등 종교단체 대표들은 오후 2시를 기해 전국 모든 교회·사찰에서 일제히 타종키로 결의했으며 주최측은 대회장 부근을 지나는 모든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도록 했다.
경찰은 대회 참가자들이 수입농산물을 소각하고 경운기·소형트럭 등 차량을 동원키로 하는 등 시위가 격화될 것으로 보고 의경 1백15개 중대 1만4천여명을 대회장인 서울역 주변 및 행진로,시위가 예상되는 시내 중심가에 집중배치해 대비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청와대·국회·미 대사관·농협중앙회 등 공공시설에 대한 경비를 강화하는 한편 건물 및 도로점거·농산물 소각 등 불법·과격 행위자는 엄단키로 했다.
경찰은 또 농민들이 볏짚·수입농산물 등을 서울로 운반할 것에 대비해 역·터미널을 비롯,시내로 들어오는 외곽 길목의 검문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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