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만은 피하자” 낙관론 우세/미­EC 막바지 UR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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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농산물·문화상품 한발씩 양보 시사/“이미 최종안 놓고 마무리작업” 관측
1일 미국과 유럽공동체(EC)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농산물 등의 협상에 들어갔다. 미­EC의 협상은 UR협상의 성패가 걸린 것으로 전세계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데 지난달 22일 워싱턴 협상에서보다는 양측이 훨씬 누그러진 입장이어서 타결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영국 런던에서는 쟁점이 되고 있는 농산물 문제를 놓고 미­EC 양측 실무자들이 막후접촉을 벌이고 있으며 미키 캔터 미 무역대표부 대표와 리언 브리튼 EC 집행위 대외무역담당위원이 최종 담판에 들어간 것이다. 이 결과는 2일 EC 외무장관회담에 넘겨져 EC의 최종안이 만들어지고 EC 회원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사실상 UR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캔터 대표와 브리튼 위원간의 이번 회담은 파국만은 피하겠다는 공동인식이 깔려있어 양측이 수용할 수 있는 타협안이 나올 것이란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세계경제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UR 타결을 통한 국제무역의 활성화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번 협상을 지켜보는 주위의 눈도 매우 긍정적인 분위기다. 자크 들로르 EC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서비스·시장접근 분야에서 양보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실무접촉에서 만족할만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또 에두아르 발라뒤르 프랑스 총리도 29일 루돌프 샤르핑 독 사민당 당수와의 회견에서 『일정한 목표량과 기간을 설정,농산물 보조를 줄이는 해결책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프랑스도 완고한 입장에서 한발 후퇴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EC가 대변하는 프랑스간의 쟁점은 ▲농산물 수출보조금과 관련한 미국의 예외 인정 ▲문화상품에 대한 미국의 예외인정 ▲섬유 등 고관세 품목에 대한 미국이 시장접근 완화 양보 ▲전자제품 등에 대한 EC의 관세인하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고 있는 분야는 농산물과 문화상품 분야다. 이 가운데 문화상품 분야는 이미 미국이 유럽시장을 절반이상 잠식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EC의 요구대로 현 수준에서 묶더라도 미국에는 큰 불이익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이 준비한 협상카드 가운데 문화상품의 일정수준 양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프랑스의 주요목표인 농산물 수출보조금 문제는 블레어 하우스협정이 규정하고 있는 6년간 21% 감축에서 상당히 완화된 형태로 프랑스에 제시,프랑스의 입장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프랑스의 반대급부로서는 미국이 섬유에 대해 매기고 있는 고관세를 점차적으로 줄여 나가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를 위해 관세인하 제외품목을 총 2백11개 품목에서 지난달 22일 협상이후 1백80개로 줄이는 전진적인 자세를 보인바 있다.
이와함께 미국도 슈퍼 301조의 자의적 적용에 대항해 무역분쟁에서 미국을 포함한 전회원국에 똑같이 제재를 가하기 위해 구상되고 있는 다자간무역기구(MTO)의 일부 규정에 대해 EC측의 철회를 얻어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각 분야에서 양측이 무난히 수용할 수 있는 최종안의 시나리오를 이미 만들어 놓고 세부사항에 대한 실무자간 마무리작업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양측의 합의 초안은 2일 EC 외무장관 회담에서 제출한뒤 6일 EC 차원의 승인을 거쳐 각국의 비준을 얻어 피터 서덜랜드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사무총장이 주장한 13일까지 최종 타결안이 마련된다.
15일이란 시한이 못박혀 있지만 미­EC가 합의에 이를 경우 EC 각국 정부의 토의 과정에서 1∼2주일 늦춰져도 미 의회에서 양해할 수 있을 것으로 브뤼셀측은 보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낙관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양측의 실무협상 과정에서 낙관적인 관측 못지않게 불협화음도 함께 흘러나오고 있다. 또 프랑스측이 타결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농민들의 거센 반발 등 국내 사정에 따라 EC의 최종안에 비토권을 행사,UR를 완전히 좌초시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의 쌀시장 개방 방침과 어울려 타결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UR에 대해 어느 나라도 파국의 부담을 걸머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결국 당사국이 적당한 선에서 양보하는 절충점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브뤼셀=고대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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