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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선물 'NO'…기업들 자체단속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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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승협(38) 금호아시아나 감사팀 과장은 15일 금호 렌터카 분당 지점을 급습했다. 회사에서 펼치고 있는 '설 선물 안받기 운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감사를 위해서다.

영문을 모르는 직원들 앞에서 徐과장은 다짜고짜 서랍을 열어보고 캐비닛 안을 확인하는 등 사무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徐과장은 "어제는 주요 부서 임원들 집앞에서 들어오는 택배 물건을 일일이 확인했다"며 "회사 건물에서 나가는 자동차 트렁크를 뒤져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설을 앞두고 기업들의 '선물 안받기 운동'이 강도높게 이뤄지고 있다. 기업들은 최근 협력업체 및 관계사로부터 들어오는 선물을 일절 받지 않도록 윤리 강령을 강화한 것. 직원들이 선물 받는 현장을 잡기 위해 사내 감사팀에선 각종 '암행감사'를 벌이고 있다. 또 받은 선물을 돌려주기 위해 사내에 '반송센터'를 설치하는 한편 돌려주지 못한 물건들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기도 한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추석에 선물을 보낸 10개 협력업체와 거래를 중지한 데 이어 이번 설에도 '선물 안받기' 운동을 벌인다. 이번 주부터 아르바이트생 5명을 동원, 종로구 신문로 본사 건물에 도착한 택배 물건들의 포장을 뜯고 내용물을 하나하나 검사하고 있다. 이 회사 홍보팀 조원영(48)부장은 "어제도 선물을 가져온 사람이 있어 받지 않고 그대로 돌려보냈다"며 "아시아나 본사 건물 1층에는 선물 반송센터도 설치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사내 인트라넷 상으로 같은 캠페인을 펼치는 한편 직원들에게 협력업체에서 받은 선물은 모두 회사에 신고하도록 지시했다. 롯데백화점 감사팀 이보영 팀장은 "사무실 주변의 식당가와 다방을 자주 순회하며 선물 받는 현장을 감시하고 있다"며 "무작위로 직원들에게 전화를 건 뒤 선물을 보낼 것처럼 시험해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돌려주지 못하거나 해외에서 온 선물들을 사내 경매에 부쳐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이 회사 홍보팀 이동주 과장은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선물 30여점을 사내 경매에 부쳐 마련한 돈 2백여만원을 보육시설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설을 앞두고 회사 곳곳에 '선물을 받지 않습니다'는 문구를 걸어놓았다. 또 직원 전체에 공지 메일을 보내는 한편 선물을 받는 상황을 연극으로 재연해 직원들에게 '정중히 거절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선물 안받기 운동 때문에 대형 백화점 매장에서는 값비싼 선물세트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50만원이 넘는 정육이나 굴비세트는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며 "값비싼 선물세트의 매출이 지난해에 못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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