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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나들이] 서울 청담동 '스시 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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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스시)은 누가 쥐느냐에 따라 맛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다. 밥알이 흐트러질까봐 꼭꼭 쥐면 입안의 촉감이 거칠고, 반대로 살살 쥐면 젓가락질이 안돼 맛보기도 힘들다.

그래서 고급 초밥집을 고를 땐 어떤 재료를 쓰는지를 따지기에 앞서 누가 쥐는지부터 봐야 한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스시 효(孝.02-545-0023)'에는 일본의 요리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의 주인공을 닮은 사람이 초밥을 쥔다. 초밥 한 개에 들어가는 밥알 3백50개를 한번에 척척 쥐어낸다. 오차는 고작 10알 미만. 한 입에 쏙 들어가기 알맞은 크기에 입안에 넣으면 어느 것 하나 촉촉하고 부드럽지 않은 것이 없다. 스시바에 앉아 주는 대로 받아먹다간 배 터지는 줄 모를 지경이다.

초밥을 쥐어내는 사람은 안효주씨. 얼마 전까지 서울시내 특급호텔의 일식당 주방장으로 일하며 '한국의 미스터 초밥왕'으로 통하던 인물이다. 일본 만화 속의 초밥을 직접 재현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따로 메뉴판이 없다. 새벽 장에 나갔다가 좋은 재료를 골라와 '알아서' 초밥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값은 점심엔 초밥 10알에 4만5천원, 스페셜 초밥은 5만5천원. 특별한 것만 골라 먹으려면 따로 주문하면 된다. 초밥 외에도 정식메뉴(점심 4만원부터)와 생선회(점심엔 9만원)도 취급하지만 주특기는 역시 초밥이다.

이 집은 고급 원목으로 인테리어를 꾸민 메인 홀과 별실, 그리고 10개의 좌석이 길게 늘어선 스시바로 구성돼 있다. 초밥을 제대로 즐기려면 스시바에 앉을 것. 안주방장의 칼 쓰는 모습과 함께 감칠맛 나는 초밥 쥐어내는 모습이 눈을 즐겁게 한다.

광어초밥.도미초밥으로 시작해 방어 아가미살.참치 뱃살(도로)가 올라간 초밥으로 이어지다가 고등어(사바)초밥으로 마무리한다. 하나 하나 눈을 떼기도, 배가 부르다고 밀어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신비한 맛이다. 특히 참치 갈빗살과 산마초밥은 부드러운 맛이 혀끝에 착착 달라붙는다. 초밥 재료를 참나무 숯불에 구워 만든 참치배살구이 초밥.병어구이 초밥은 은은한 숯불향이 코까지 즐겁게 만든다.

된장국(미소시루) 대신 일본식 오차를 곁들여 주다가 구이초밥이 나올 때 자연송이 김국을 내오는데 손님마다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싹싹 비운다.

개점한 지 한 달밖에 안돼 종업원 서비스 수준이 초밥 맛에 못 미치는 게 안타깝다. 실내 집기가 아직 길들지 않아 낯선 느낌도 아쉬운 점이다.

유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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