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강택민의 경제개혁 과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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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中國의 주요신문들은 27일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겸 공산당총서기가 76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시카고大교수를 접견했다는 기사를 일제히 실었다.
이 자리에서 江주석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개혁에 대해 설명하고 프리드먼 교수의 「高見」을 청했다.
공산주의 최후의 보루인 중국에서 최고위직에 앉아있는 江주석이자본주의 경제학의 大家인 프리드먼 교수로부터 경제에 관해 자문을 구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것이다.그러나 이보다는 이 만남이 현재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제개혁의 성격에 관해 많은것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뜻하는 바가 깊다.
우선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앞뒤 모순인 구호를 내걸고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경제개혁이 실은 중국의 자본주의화와 다름없다는 관측을 뒷받침해줬다는 점이다.다만 차이가 있다면 개혁의 주체인 北京당국자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공산주의」라는 껍질뿐인 명분을 유지한 채 정치개혁을 배제한 경제개혁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江주석은 요즘 이데올로기를 막론하고 경제에 관한 많은자문이 필요한 처지다.江주석은 年14%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과열현상을 보이고 있는 중국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각종 긴축조치들을 발표하고 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 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급작스런 경제성장으로 전에 볼 수 없던 중산층이무시할 수 없는 사회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다.이들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언젠가는 정치적 개혁을 부르짖을 것이 분명하다.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중국은 올림 픽유치에 실패한 이후 反체제인사와 언론인들을 구속하는등 탄압국면을 재개했다는 소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드먼 교수의 조언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오늘날 중국의 난국을 해결하는 데에는 순수한 경제적 접근만으로는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江주석은 경제학자보다는 민주주의에 일가견이 있는 세계적인 정치학자로부터 강의를 받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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