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3년”에 등돌려/캐나다 총선 집권당 왜 참패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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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와 무역협정으로 실업 늘어/자유당 재협상요구 미에 부담
25일 실시된 캐나다 총선에서 집권 진보보수당이 선거전 1백55석의 의석중 1백53석을 잃고 하루아침에 단 2석뿐인 제5당으로 전락하는 대이변이 발생했다. 진보보수당은 정당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최소의석(12석)도 확보하지 못해 궤멸될 위기에 처해 있다. 또 총리가 되기전 국방장관시절 자신의 누드사진집을 만들어 「마돈나 총리」라는 별명을 얻었던 캐나다 최초의 여성총리 킴 캠블도 의석을 상실해 4개월이라는 최단명 총리생활을 끝으로 정치생명이 끝장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9년만에 재집권한 중도좌파 자유당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의석 과반수를 크게 상회하는 1백78석을 차지,안정적인 정국운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처럼 좀처럼 보기드문 큰변화가 일어난 것은 캐나다 정상들의 지역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총선에서 자유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최대 인구밀집지역 온타리오주에서 선출하는 99개 의석중 98석을 차지하는 등 동부 인구밀집지역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온타리오주는 캐나다의 산업시설이 집중돼있는 지역으로 3년 이상 계속되는 경기침체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선거가 시작되기전 진보보수당이 권력을 잃고 자유당이 집권하리라는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 의해 이미 확실한 것으로 예견돼왔다. 지난 6월 총리직을 캠블에게 넘겨준 브라이언 멀로니 전 총리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지난해 11%까지 떨어지는 등 진보보수당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은 이미 극에 달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보수당 정권이 지난 88년 체결한 캐나다­미국 자유무역협정이 캐나다의 실업률을 크게 높인 것으로 분석되면서 국민들은 정부가 나라를 미국에 예속시켰다는 비판에 크게 솔깃해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 진보보수당의 득표율은 16%를 넘어 여론조사 수준을 유지,언젠가 재기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집권한 자유당의 장 크레티앙 당수는 수출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나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의 일부 내용을 재협상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따라서 미국에서 NAFTA에 대한 의회 비준을 얻기 위해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는 자유당 집권이 매우 부담스럽게 됐다.
클린턴은 크레티앙 당수에게 총선 승리 축하전화를 한뒤 『자유당이 안정과반수를 확보했기 때문에 유연함을 보일 것』이라는 말로 부담을 덜려 애쓰는 모습이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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