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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그여자의4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3.가을 어느 한 때(8) 강물과 아주 헤어져 중앙선을 달린다.멀리 농가마당 멍석 위에 널린 고추가 벌겋게 아프다.
산으로 들어가는 입구 외진 곳에 차를 주차시키고 그들은 산길로 접어든다.
『저 사람들 좀 봐.』 산을 올라가는 한 무리의 사람들 속에등산복 차림이 아닌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맨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섞여있다.그 속에 머리에 화관을 쓰고 손에도 꽃을 들고 노랑저고리와 붉은 치마를 입은 여자가 섞여 앞서 걸어가고 있다.
『뭐하는 사람들이지?』 세는 잠자리가 내려앉은 코스모스를 꺾어 은서의 머리에 꽂아준다.
『무슨 하늘이 저래?』 가을 하늘이 지독하게 푸르다.멀리 벼이삭 위로 푸른 물을 쏟아 붓는듯 하다.
『참 좋다!』 『나오길 잘했지?』 『응.』 대답은 그렇다 하면서도 은서는 돌아가 밤을 꼬박 세워 원고를 써야한다 생각하자,휴,한숨이 나온다.한숨 끝에 혼자 두고 온 개 생각에 잠시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앞으론 문단속 할때 화연이가 문밖에 있나 없나 보고 해… 아프지나 않을는지 모르겠어.』 『…….』 『응?』 『개인데 뭘… 개들은 한겨울에도 마루밑에서 자잖아.거기서 새끼도 낳아 기르고.』 『그런 개하고 같아?』 『그럼 달라?』 은서는 대답 대신 옆에 서 있는 세의 얼굴을 건너다 보는데,머리에서 세가 꽂아준 코스모스가 툭 떨어진다.그녀는 엎드려 떨어진 코스모스를주워서 세의 코를 간지럽힌다.
『미안해.』 『뭐가.』 『…….』 은서는 고갤 숙여 버린다.
미안해,늘 이런 식이어서 정말 미안해.세가 자신이 습관처럼 내뱉는 미안하다는 말,내가 뭘 잘못했어 하는 말을 싫어한다는걸알면서도,될 수 있으면 그런 말을 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되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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