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침몰 허탈…투지로 재도전”/페리호인양 사력 UDT·SSU대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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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0초만에 50m 표류… 15㎏ 납벨트 매고 작업/8일째 하루 2시간 잠자며 강행군/시체 손상 줄이려다 대원 대부분 “상처범벅”
『다시 시작해야죠』
선체인양 성공의 기쁨도 잠시. 재침몰하고만 서해페리호에서 시신과 선체인양작업을 수행해온 해군수중폭파대(UDT) 31명과 해경 해난구조대(SSU) 78명 등 1백9명의 특수부대원을 지휘한 진교중대령(41)은 17일 오후 11시10분 인양됐던 사고선박이 재침몰하는 순간 허탈해진 낯빛을 감추지 못한채 덤덤하게 말했다.
인양된 선박을 매달았던 쇠줄이 끊어지기 직전 안타까워하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작업중인 해상까지 몰려와 시신의 조기인양을 독촉·항의하던 유가족의 성화를 묵묵히 받아넘기며 밤샘작업을 독려하던 든든한 모습 그대로다. 그들은 14m 해저에서 자신의 몸에는 상처를 입는 한이 있어도 시신과 선체는 아무런 손상없이 인양한다는 각별한 사명의식으로 작업에 임했다.
서해페리호가 처박혔던 바다밑의 칠흑같은 어둠을 밝히기 위해 수중전등을 켜도 시계는 30㎝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선실안으로 들어가는 대원들은 길을 잃을 위험까지 있어 선체밖에서 대기하는 사람과 밧줄로 몸을 묶고 그물·아이스박스·선박구조물 등으로 뒤엉킨 선실내를 대검으로 길을 헤치며 시신을 더듬어 찾아야했다. 가까스로 찾아낸 시신도 대부분 서로 껴안거나 팔·다리를 잡고 있었다.
이마와 코에 상처를 크게 입은 김정열하사(23)를 비롯한 상당수의 대원이 상처를 입게 된 것도 시신을 떼내고 선체밖으로 꺼내는 과정에서 시체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안고 나오다 구조물에 부딪혀 생긴 것. 사고해역에는 조류속도가 1.5∼2노트여서 이들과 함께 작업했던 UDT출신 탤런트 정동남씨는 해상에서 선박까지 묶은 줄을 놓치는 바람에 잠수 10여초만에 50m나 떠내려가다 떠오르기도 했다.
대원들은 이같이 거센 조류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평소의 2배가 넘는 15㎏짜리 납벨트를 맸다.
선체 인양작업을 주도한 SSU대원들은 『지상에서도 들어올리기 힘든 2.25인치짜리 쇠사슬로 선체를 묶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선체를 묻어버린 뻘을 파내는 과정에서 약간의 실수만 있어도 선체나 쇠사슬에 깔려버릴 위험이 뒤따랐기 때문이리는 것이다.
해저 14m 이하에서는 하루 잠수 1회 최고 30분,총 3회를 초과할 수 없도록 되어있지만 이들은 매일 3시간 이상씩 잠수하면서 8일째 하루 2시간이상 잠을 청하지 못할 정도로 사력을 다해 해저인양 작전을 펼쳤다.<위도=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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