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산곶매이야기 펴낸 백기완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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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 시대의 뛰어난 말림꾼(듣는 이를 움직여 온 몸으로 신명나함께 이야기를 엮어내는 말꾼)이자 정치+문화운동가인 白基玩씨가그의 표현을 빌리면「40년간 공사석에서 입에 거품을 문 이야기」「민중의 장쾌한 수호자인 장산곶매」에 관한 구전민담을『장산곶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그 첫째권을 펴냈다.
『지난해 개조차 짖지않는 혹한의 오대산 오두막에서 울면서 썼다』는데 그가 운 이유는 할머니 무릎에 앉아 장산곶매 이야기를듣던 그시절 황해도 옛살나비(고향)가 못내 그리워졌고 생각이 분단된 조국에 미치자 이땅에서 어기차게 한 삶을 꾸려온 민중들에 대한 그 특유의 연민이 격정으로 그를 휘몰아쳤기 때문이란다. 그가 이야기를 들려줘 黃晳暎씨가 대하소설『張吉山』의 서두에서 일부 소개한 장산곶매는 조선팔도는 물론 中原과 시베리아까지한번에 내려다보며 사람이건 짐승이건 약자를 못살게 구는 못된 것들을 혼찌검내는 정의로운 강자,말하자면 민중의 염원과 그 염원을 현실화하는 힘의 實體를 상징한다.
『장산곶매 이야기』는 분량이나 구성으로 보아 단순히 구전이야기를 정리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구전을 바탕으로 꾸며내 완전한 소설에 가깝다.
『내나름으로 평가하건대 이 책은 세가지 의미를 지녔습니다.첫째,옛이야기의 본질을 다치지 않고 되살려냈어요.「심청전」이나「춘향전」등은 후에 양반들이 고쳐쓰면서 본래있던 민중성이 훼손됐거든요.민담은 그것을 탄생케한 시대에 대한 민초들 의 인식을 정확히 파악하는게 중요합니다.
둘째,글을 말림형식으로 썼지요.책이란 활자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물건이긴 하나 쓰는이가 마치 사람들을 모아놓고 온몸으로 이야기하듯 하는 문체를 구사하면 읽는 이와 쓰는이의 감흥의 공감대가 별스러워지거든요.나는 이것을 새로운 문학형식 이라고 생각합니다.끝으로 잊혀져가는 우리말로 글을 쓰느라 무진 애를 썼습니다.』 책속에 나오는「백곰과의 댓거리」니 「불티뫼 칼춤의 내력」이니 「달래왕과 열두대문」등등은 순전히 白씨의 기억력.입심과 문학적 소질에 등을 댄 것이니 그렇다치더라도 우리말을 고집스레 찾아내 쓴 것을 보면 상당한 감탄이 나올법하다.각 페이지끝에 註까지 넣어 쓴 우리말의 예를 들면 암난이(처녀) 땅별(지구)앗딱수(깜짝 속임수)꿍셈(음모)매제미쌀(현미)한솔(부부)땅불쑥하니(특히)등 끝도 없다.
이중에는 한글큰사전에 안나오는 것도 많은데 한글학자들이 한번검토했으면 하는게 그의 바람이다.白씨는 요즘 주로 강연(23일삼척 산업대학,24일 여주 경기은행 간부교육등)을 다니며 예의입담을 펼치고 있다.
〈李憲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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