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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 중국이 다 빨아들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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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4일 오전 8시. 싱가포르의 중심가 셴턴웨이 UIC 빌딩 23층 한국타이어 사무소. 천연고무 구매를 6년째 하고 있는 최창열(41) 차장은 출근하자마자 컴퓨터부터 켰다. 싱가포르 천연고무 선물시장이 개장하자면 한시간 남았지만 먼저 문을 연 도쿄시장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전날보다 t당 10달러 오른 1천3백달러에 거래되는 것을 확인한 뒤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주말 1천2백50달러대였던 것이 이번주 들어 1천3백달러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최차장은 "지난 연말부터 가격동향 파악하랴, 물량 확보하랴 눈코 뜰 새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엔 일주일에 두차례 정도 리포트를 했지만 '중국발 천연고무 가격 급등'이 본격화한 지난 연말부터는 수시로 본사에 이를 보고한다.

천연고무 국제가격은 지난해 7월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중국에 진출한 GM.혼다 등의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중국이 고무 수요의 '블랙홀'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2002년에 1백20만t 안팎을 수입하던 것이 지난해엔 1백50만t, 올해는 2백만~2백50만t으로 늘어났다.

한해 24만t 가량을 쓰는 한국 업계의 물량에 비할 게 아니다. 한국타이어 박정호 구매팀장은 "원자재 비용이 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며 "고무가격이 오르면 회사 수익성에 곧바로 타격이 와 제품 가격 인상도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원자재난은 천연고무에 국한되지 않는다. 철강재.곡물.석탄.목재 등 거의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이 연초부터 급등하고 있다. 피해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대구 구간의 확장공사는 벌써 3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철강재 반입이 늦어져 육교 건설공사가 진척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부산 선산~도계 간 국도4차로 확장공사도 교량 건설에 사용할 철강재를 못 구해 공기가 3개월 가량 늦어졌다.

옥수수나 대두박.유채박 등을 원료로 사용하는 사료업계는 오른 원자재 가격을 제품가에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양축농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사료협회 홍순찬 기획팀장은 "지난해 말 t당 1백50~1백60달러선이던 대두박 가격이 최근엔 3백20달러까지 급등했다"고 말했다. 사료업계는 사료값을 7~9% 정도 인상하려 하지만 양축농가는 반발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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