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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훈련 희망 고교생 늘어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서울 阿峴직업학교 미용과에서 미용기술을 배우고 있는 金相洙군(18.서울명지고3)은 요즘 부쩍 사는 맛을 느낀다.
알아들을 수도 없던 학교수업과 골치 아픈 교과서.참고서,그리고 「입시지옥」의 굴레에서 벗어나 하고싶은 공부를 하는게 이렇게 즐거운 것인지 몰랐다는 것이다.
金군은 지난3월 능력에 닿지않는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직업교육을 받기위해 아 현직업학교에 들어갔다.직업학교는 인문계 고교3년생중 취업 희망자를 받아 1년간 실습위주 직업교육을 시켜 졸업과 동시에 직업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하는 공교육기관이다. 金군은 현재 미용과 우등생이다.소독학.구도학등 이론은 물론 실기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방과 뒤에는 담당교사의 소개로 서울 명동의 한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하며「실전 훈련」과 함께 월 25만원정도의 수입까지 올리고 있다.
『졸업하면 일단 미용실에 취직해 기술을 더 익힌후 7~8년쯤지나 개업하겠어요.기회가 되면 외국에 나가 미용기술을 더 배울생각도 있습니다.미용은 배울수록 재미있어요.제 적성에 맞는가봐요.』 鍾路산업학교 자동차정비과의 홍일점 金知賢양(17.서울 한양여고3)도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숨막히는」학교에서 탈출해 나온 케이스다.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끼리 모여있는 때문인지 직업학교가 우선 마음이 편한데다 처음에는 막연히 흥미 로만 지원했지만 지금 배우고 있는 자동차정비분야가 무척 재미있다고 말한다.金양은 최근실시된 기능사2급자격 필기시험에도 거뜬히 합격했다.
『일단 자격증을 따면 취업할래요.일 하면서 공부가 더 하고싶어지면 산업체 근로자 특별전형으로 전문대나 야간대에 가면 되고요,공부가 끝까지 하기싫으면 기술을 익혀 사업하면 되지요.』 金양은 대충이나마 인생 설계도를 그려보고 있다.장래에 대해 아무런 생각없이 입시공부에만 매달려있는 학생들에 비해 무척 어른스럽다. 金군이나 金양처럼 인문계 고교 진학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뒤늦게나마 진로를 변경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직업학교는 현재 전국에 11개가 있다.
서울의 경우 아현직업학교(11개학과 2천3백여명).서울직업학교(12개학과 1천8백여명),그 리고 종로산업학교(7개학과 1천여명)가 있고 이밖에 부산.대구.광주등 8개 지방도시에 각각4백~5백명 수용 규모의 직업학교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수용규모로는 희망학생들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이 때문에 교육당국은 직업학교 외에도 일부 학생들을 공업계 고교나 기술계 학원에 위탁하는 방법으로 직업교육에 몰리는 학생들을 소화하고 있다.이에따라 직업교육을 받는 인문계 고교생은 전국적으로 약 1만명에 이르고 있다.
작년 한햇동안 서울지역에서 모두 7천19명이 직업교육을 희망해 이중 4천6백79명이 3개 직업학교와 4개 공고부설 위탁과정에 입학했으며 이중 2백41명의 중도탈락자를 제외하고는 전원수료했다.기능사 자격취득률은 75%,취업률은 8 8%였다.
수료생들의 진출분야는 대체로 중소업체이며 초임수준은 분야에 따라 다른데 대략 30만~50만원이다.
이처럼 인문계 고교생 직업교육은 대입 경쟁대열에서 멀어진 학생들에게 일종의 안식처 역할을 하고있다.동시에 이들 직업학교는산업현장 인력난 극복에도 한몫을 해 그만큼 우리의 교육이 학생들의 의사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인셈이다. 그러나 직업학교도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있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않다.
崔昌均 종로산업학교 교장은 『입학때 보면 전산.정보처리등 그럴듯해 보이는 분야에만 몰리고 정작 취업도 잘되고 보수도 많은배관.냉동.용접등 분야에는 지망자가 별로 없습니다.또 취업후에도 진득하게 근무하지 않고 1~2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만둬 애써 배운 기술을 사장시키고 기업체에 나쁜 인상을 심는 경향도있다』고 안타까워 했다.말하자면 이곳에도 3D현상이 있다는 얘기다. 산업체 관계자들의 비협조적 자세도 문제다.기술수준이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른 명문 공고출신만 원할뿐 직업학교 학생들에게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입만 열면 인력난,인력난 하면서 조금 덜 숙련된 인력일망정 데려다 제대로 가르치고 대접해주면서 활용할 생각은 안한다는 불만이다. ***民間에 운영 넘겨 大韓商議 黃元益운영부장(직업훈련담당)은『능력보다 학력위주로 평가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직업훈련 프로그램들이 완전히 정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그러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보완해나가다 보면 인식변화와 함께 직업훈 련이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직업훈련이 기업체와 동떨어지지 않도록 현재 전국에 짓고있는 9개 공동직업훈련원(93~96년사이 완공,총4천8백명규모)의 경우 운영을 정부가 하지않고 민간단체인 商議에 넘겨 기업체와의 유기적인 협조아래 인력충원과 취업이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金東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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