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각>양적 팽창보다 내실 아쉬웠다-현대미술초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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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드디어 국립현대미술관 주최의 현대미술초대전이 폐지되는 모양이다. 지난 봄부터 검토돼온 현대미술초대전의 폐지(中央日報 4월9일字 보도)가 조만간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는 소식이다.국전 폐지 이후 저질러져온 잘못된 관행이 이제야 바로잡히려는건가.
사실 현대미술초대전은 거창한 명칭에 비해 그다지 실속이 없던전람회였다.
단지 소수의 선택받은 작가들을 위한 집안잔치에 지나지 않는,관객들을 철저히 소외시켜 놓은채 진행되는 속빈 연례행사였다.심지어 상당수 미술가들에게조차 외면당하고 있던 초대전이었다.
하기는 이 초대전 때문에 덕을 본 작가도 없지 않은 모양이다.무엇보다도 國展 동호패들이 그들일 것이다.또한 추천작가니,초대작가니 하면서 간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어느정도 보호막 역할을 수행해낸 것도 사실이다.자신의 창작품보다「국 립」기관의 인정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랬다.
이것이 國展폐지 이후 지난 10여년간 이 초대전이 기여한 제도적 功績 사항이다.우수작가를 선발,한국미술의 흐름을 조망하고미술계의 창작의욕을 고취한다는 당초 목적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어지게 된 것이다.
때문에 초대전은 생산적인 마당이 되지 못한채 예술외적인 폐해가 난무하면서 양적으로 이상팽창만 초래했다.
82년 당시 5백명도 안되던 초대작가가 이제는 9백명이 됐다.10년만에 80%라는 엄청난 증가세를 기록한 셈이다.
이같은 양적팽창은 대단한 발전이라고 할수 있겠지만 문제는 그외형에 비해 내실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마도 대형전시회(그것도 우리나라의 중견.원로작가들에 의한)치고 이렇듯 썰렁했던 전시회(그것도 국립기관의 초대전)는 또 없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작가들도 단순한 간판,그것도 국립기관이 둘러쳐주는보호막에서 과감히 떨쳐 나와야 한다.
아무런 성격도 없고 그렇다고 우리미술의 현주소마저 정확하게 수용하지 못하는 연례행사는 더이상 필요치 않다.나아가 작가정신이나 민족정서를 도외시한 관행적 구조의 미술활동은 불식돼야 한다. 「모순 투성이의 현대미술초대전」에 뜻있는 미술인들은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정작 그 청산에는 뒷짐을 졌던 「방관의 세월」을 마감하는 일에 국립현대미술관이 발벗고 나선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 그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이 「果川의 외딴 곳에 그저잠겨 있는 미술관」이 아니라 「현대인과 함께 호흡하는 미술관」으로 그 위상을 정립해 나갈 것을 기대해본다.
내용과 성격이 있는 자체 기획전이 활발히 열려 명실공히 오늘의 문화현장 주역으로 「살아있는」미술관문화창출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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