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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입씨름 “천금같은 하루”/건설위(초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서 “금강산댐 가보자”에 민자 “비현실적”/전씨조사 지루한 공방… 결국은 총무에 떠넘겨
민자·민주 양당은 2일 열린 국회 건설위 국정조사위원회에서 또 다시 파행을 연출했다. 평화의 댐을 다룬 이날 회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증언문제에다 북한 금강산댐의 현장답사 여부로 시종 티격태격했다.
양당은 마치 떼를 쓰기 위해 모인듯 서로 자기 논리만 고집했다. 오후에는 양당 간사회의로 시간을 보내다 결국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조사대상기관인 건설부와 수자원공사·한전의 직원들은 업무를 제쳐두고 나와 국회복도에서 하루 종일 서성이면서 여야간에 벌어지는 한심한 시비를 지켜보아야 했다.
오전 10시에 회의가 시작되자 서정화위원장은 북한 금강산댐 현장답사 추진문제와 관련,『양당 간사협의 결과 금강산댐 답사는 현실성이 부족하고 북한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염려도 있어 신중히 대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제정구의원(민주)이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남북대화도 급진전되는 느낌이므로 댐 답사문제를 계속 논의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의원들이 『금강산댐을 보아야 수공가능성 여부를 알 수 있다(김옥천)』 『북한이 꼭 부정적으로 나올 것으로 믿지는 않는다(하근수)』고 가세했다. 김봉호의원(민주)은 『평양도 아니고 산골짜기 금강산댐을 가는데 이북이 막겠느냐. 남북이 합의만 하면 바로 헬기를 타고 금강산 가는 것 아니냐』고 한술을 더 떴다.
답답해진 민자당의 이긍규간사는 『우리측이 북한 금강산댐과 평화의 댐을 관통하는 북한강의 공동관리를 위해 우선 국제하천법을 준수하자고 촉구했으나 답변은 고사하고 아무 반응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상재의원(민자)도 『조사대상기관도 많고 증인 10명과 참고인 2명을 소환해 놓은 상태에서 갑자기 금강산댐 답사를 결의하면 어떡하나. 대북제의는 고도의 국가전략이니 우선 조사를 진행하면서 신중히 판단하자』고 주장했다.
조사는 오전 11시30분쯤 민주당 간사인 이석현의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윤태균 민주당의원 등 모두 4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하면서 본격적인 파행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의원은 『전두환씨 본인이 언제 국회에 불려갈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있게 하기보다 떳떳이 입장을 밝히고 국민의 용서를 받은뒤 가족나들이도 하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주일 전에 증인출두를 요구해야 하는 법규상 이 날이 전씨문제를 거론할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크게 의식했다. 그러나 민자당이 『처음부터 조사계획서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다른 증인의 진술도 듣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추가채택이냐』고 반발,회의는 중단됐다.
간사회의가 진행됐으나 양측은 팽팽히 맞섰다. 민자당은 이 문제가 표결로 처리될 것에 대비,한일의원연맹 회의장에 가 있던 구자춘·이재환의원 등을 급히 수배해 국회로 불러 들이는 촌극도 빚었다.
오후 4시20분,서정화위원장과 여야간사들이 기자들을 불렀다. 이들은 『증인문제는 당초 여야 총무가 「기타 필요한 증인」이라고 합의해 원인제공을 한 만큼 양당총무 회담에 다시 해결을 맡기기로 했다』고 엉뚱한 「결자해지」 논리를 내세웠다. 이들은 『내일 다시 모여 조사 계속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말한뒤 건설부 등 피조사기관의 직원들이 멍하니 쳐다보는 가운데 회의장을 떠났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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