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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외교공조 유지가 과제(수교한돌… 되짚어본 한중관계: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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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 팽창·대국주의 걸림돌 될수도/경제경쟁국 부상… 우위분야 지켜야
「파란불을 받고 정체된 교차로를 빠져나와 탁 트인 고속도로에 들어선 고속버스」.
수교 1주년을 맞은 한중관계의 현주소를 얘기하면서 어느 중국학자가 쓴 표현이다.
그만큼 현재의 한중관계는 순풍에 돛단듯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양국관계는 이 학자가 느끼고 있는 것처럼 장미빛 일색만은 아니라는 것이 수교 1주년을 맞은 한국의 입장이다.
왜냐하며 한중간에는 당장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이 북한 핵문제다.
그동안 중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고집해온 북한을 설득,핵문제에 있어 탄력적인 입장을 갖도록 유도해온 것이 사실이다.
○「북핵」 중 역할 커
비록 현재 북­미 핵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있으나 이 정도나마 북한을 핵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었던데는 중국의 중재역할이 컸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같은 입장은 북한과 중국이 어느정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북한의 돌발적인 일탈행위를 미연에 방지할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을 갖는다는 관점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휴전협정체결 40주년을 맞아 평양에서 열린 「조국해방전쟁 승리 40주년 경축행사」에 중국이 후진타오(호금수) 당중앙정치국 상무위원겸 서기처 서기와 츠하오톈(지호전) 국방장관을 단장·부단장으로 하는 고위사절단을 파견,「항미원조」(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지원했다)를 운운하 것도 중국의 「북한 끌어안기」 전략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가속 바람직
따라서 중국과 정치·경제·군사면에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대북한 외교수위를 적절히 조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앞으로의 한중관계에서 중요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중국의 팽창주의·대국주의도 한국이 넘어서야할 만만찮은 걸림돌임에 틀림없다.
최근 결렬된 한중 항공협정은 이같은 중국의 팽창주의·대국주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일례일 수 있다.
동시에 중국은 한국의 비교우위를 잠식해들어 오는,잠재적으로 가장 무서운 경쟁상대국인 것도 사실이다.
거대국가인 중국을 철처히 분석,비교우위를 지닐 수 있는 기술분야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중국진출 기업의 계열화·고도화를 이루는 길만이 경제교류에서 승리하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간도문제 등 산적
이밖에도 1909년 「간도에 관한 일청협약」으로 한국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방적으로 중국에 넘어간 간도영유권문제,6·25와 독립운동사 관련부분을 왜곡한 중국교과서문제,일부 제한되고 있는 양국간 여행자유화문제 등이 해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과제들은 서두르지 말고 차분히 풀어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연세대 사회과학과 안병준교수는 『중국에 관해서는 무슨 말로 옳을 수 있고,무슨 말도 틀릴 수 있다. 그만큼 중국은 거대하다. 지금은 정확히 상대를 파악,목적에 맞는 적확한 정책수단을 찾아내 중국문제에 접근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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