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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일로 국내 만화 업계|대여 업소 도서관 전환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침체 일로에 있는 국내 만화업계가 살 길 마련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한국 만화가 협회·만화 출판인 협의회·전국 만화 유통 연합회·한국 도서류 서비스업 조합 등 만화 관련 4개 단체는 지난 19일 「한국 만화 진흥 공동협의 위원회」(만진협)를 발족시켰다.
그 동안 이해 관계의 차이 때문에 미묘한 갈등을 빚어왔던 이들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대책기구를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그만큼 커다란 위기 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
만진협의 최대 역점 사업은 창립 취지문에서 밝히고 있듯 자유업으로 규정된 만화 대여업을 도서관 진흥법상의 「사립 공공 도서관」업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일이다.
현행 도서관 진흥법과 시행령은 공공 도서관의 경우 최소한(봉사 인구 2만명 미만일 경우)건물 80평 이상, 좌석 60개 이상, 장서 3천권 이상과 자격 있는 사서 직원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어 만화가게가 곧바로 도서관으로 인정받기는 여러모로 어렵다.
만진협의 김기백위원장(만화가)은 이에 대해 설립 목적이나 장서 등은 현재 문제가 없으며 기준 시설 규모와 사서 직원 문제만 완화하면 만화 대여 업소를 도서관으로 업종 전환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9월 말까지는 구체적인 법령 개정안을 마련, 적극적인 로비 활동에 나설 것이며 이를 위해 9월부터 전국의 만화 관계자·일반 시민을 상대로 청원 서명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화 업계가 일견 무리해 보이는 이런 비상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각종 법령에 의해 날로 강화되는 영업 규제와 단속 때문이다.
91년 제정된 「풍속 영업에 관한 규제법」은 만화가게를 그 대상으로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같은 해 개정된 학교 보건법 시행령은 만화 가게를 다른 유흥업소와 똑같이 취급. 학교 주변에서의 영업 행위를 규제하고있다.
보건법은 학교 담장 2백m범위 이내에는 신규 영업을 금지하고 기존 업소도 95년말까지는 전부 그 밖으로 이전할 것을 강제하고 있으며 교육 구청 정화 위원회가 심의·허가하는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업계의 고민은 지난 89년까지는 1만3천여 업소를 헤아리던 만화 가게가 해마다 줄어들어 올해는 6천여개밖에 남지 않았다는데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국내 만화산업은 비디오와 전자오락에 잠재 고객을 빼앗기는데다 문방구 등을 통해 유통되는 일본만화에 밀려 이미 그게 위축된 상태다.
일본만화는 91년 이후 현재까지 1천5백종, 1천5백만권이 국내에 들어와 문방구나 서점에서 팔리고 있는데 이중 95% 이상이 해적판이라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 도서류 서비스업 조합의 강덕수 이사장은 이와 관련, 『만화 대본소는 자체의 관행이 규제, 행정적 통제 등으로 인해 간행물 윤리 위원회의 심의를 마친 만화만 취급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우리보다 제작 기법이 앞서고 폭력·외설성으로도 흥미를 끄는 일본 만화가 사실상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는 상황은 국산 만화를 고사 지경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 우리나라의 만화 내용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해로운 수준이 아니며 만화 자체가 나름의 문화적 유용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일본 만화의 한국 시장 지배를 막고 국산 만화를 살리기 위해 무언가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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