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세계 펼친다|마르크 샤갈전|21일∼10월17일 호암갤러리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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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환상적인 마르크 샤갈의 작품 세계를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회가 마련돼 여름 동안 애타던 문화의 갈증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호암갤러리 주최로 21일∼10월17일 서울 중구 순화동 전시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는 그간 국내에서 열렸던 샤갈의 전시회가 대부분 포스터와 판화를 중심으로 유화 몇점을 곁들이는데 그쳤던 것과는 달리 유화에서 조각·태피스트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다양한 작품 세계의 전모를 보여주는 본격적인 전시회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모으고 있다.
삼성미술문화재단이 2억여원의 경비를 들여 마련한 이번 전시회는 프랑스 화상 엔리코나바라와의 교섭을 통해 유치한 것. 일본·대만·홍콩 등을 두루 거치는 동북아 순회전의 일환으로 지난 5월 일본 전에 이은 두번째 순회전이다.
총 출품작은 1백4점. 분야별로는 ▲유화 37점 ▲과슈 18점 ▲수채화 5점 ▲조각 1점 ▲태피스트리 4점 ▲판화 39점으로 모두 샤갈이 40대 이후에 완성한 작품들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샤갈의 외동딸인 이다 샤갈의 소장품이 대부분으로 미술관 소장품과 달리 개인 소장품은 공개되는 기회가 드물다는 점에서 국내 미술 애호가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다.
또 이번에 출품되는 태피스트리 작품들은 프랑스의 태피스트리 작가인 이베트 코키유 프랭스가 샤갈의 협조로 제작한 것들로 국내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상상계의 거장」 샤갈은 폴란드 국경 근처인 러시아의 작은 마을 비테브스크에서 1887년 가난한 유대인 집안의 9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학창 시절 내성적인 몽상가로 기하와 데생만을 제외하고는 겨우 낙제를 면할 정도였던 그는 러시아·파리 등 세계 각국을 방랑하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상상과 현실을 한 화폭에 담아내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세계 화단에서 독보적 위치를 구축했던 그는 1985년 98세를 일기로 작고할 때까지 평생동안 일관된 톤과 자세로 작품 세계를 펼쳐온 드문 대가였다.
이번 전시에는 30년대부터 80년대 작고 직전까지의 작품들이 다양하게 출품되는데 러시아의 고향 마을과 망명지인 미국의 풍경, 프랑스에 돌아온 이후 파리에 대한 찬양. 지중해의 태양과 포옹하는 연인들, 서커스 풍경, 꽃다발, 야곱과 모세 등 성서의 여러 상징적 내용들을 다룬 작품들이 선보인다.
미술 평론가 오광수씨는 『샤갈 예술에서의 초현실적 요소는 어느 한자리에 붙박이로 살지 못하고 떠돌아다녀야 하는 유랑의식 등 유대인 특유의 정서에서 빚어진 것으로 동경이 담긴 「꿈」이 아니라 뿌리 뽑힌 인간 삶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암갤러리는 개막 전날인 20일 오후3시 호암미술관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시 설명회를 열며 9월4일 오후 3시에는 서울 시내 중·고교 미술 교사들을 초청, 작품 관람 및 설명회도 갖는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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