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품 “슬쩍”… 죄책감 없나(속/자,이제는…:1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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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엑스포 관란중 탐나는 물건 훔쳐/외국전시관 비상… 예방에 진땀
18일 오후 6시 대전엑스포 행사장 독립국가연합관.
우크라이나 전시관의 자원봉사자 김모양(22·E여대 영문과 3)은 몰려드는 손님들을 향해 『손대지 마세요. 좀 만지지 마세요』라는 말을 반복하느라 목이 쉬어버렸다.
한 외국관람객이 그런 김양을 애처로운 눈으로 쳐다본다.
김양은 이국적 풍취가 물씬 풍기는 우크라이나관에 몰려드는 관람객들이 전시품을 만지다 부서질 것을 우려해 전시품에 손을 대는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주의를 주고 있었다.
김양에 따르면 일반인 관람이 허용된 첫날인 지난 7일 목각피리·장식인형을 도난당한뒤부터 공예품·장식품 등이 전시된 진열대에 자원봉사자 2명을 집중 배치해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
8일 오후 2시쯤에는 아프리카 수단관에 전시된 사람인형과 코뿔소인형을 훔치던 권모씨(46·경남 울산시)가 다른 관람객의 신고로 붙잡혔다.
자국의 특산품을 전시하고 있는 국제관에서는 이처럼 개장 첫날부터 도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태가 이쯤되자 각국 국제관은 비상이 걸려 전시품 앞에 「손대지 마세요」라는 팻말을 특별히 붙여놓았으나 이것만으로 한국인들의 「만지기」 열정을 말기기에는 역부족.
TV로만 보아온 이국의 전시관에 몰려들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조직위가 배정한 통역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국제관에서 그 나라 컴패니언(안내원)과 관람객간의 의사소통을 돕기보다 일부 한국인들의 「못된 손버릇」을 감시하는데 더 매달려야 할 판이다.
엑스포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관 관계자·관람객들이 혹시나 자기 나라에 돌아가 대전엑스포를 얘기하면서 『한국인은 손버릇이 나쁘다』는 말을 늘어놓지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대전엑스포 현장에서 이상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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