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실명처리 훨씬 더 많을듯/「동아투금 사건」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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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은감원 “발각된건 우연히 걸린 작은것”/수십억원 임원급 지시로 조작 가능성
동아투자금융 사건은 실명제 충격에 빠진 모든 이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혹시라도 차·도명계좌에 대한 불법실명 확인이나 국세청 통보대상 아래로의 분할·인출을 생각했던 금융인들에게는 경종이 되는 효과도 있겠지만,금융기관의 전산업무를 책임지는 전산실장을 포함한 직원 5명이 함께 일을 저질렀다는 것은 금융인의 양식을 저버린 행동이라는 금융계의 지적이다.
16일부터 동아투금에 대한 특검을 실시한 은행감독원의 검사팀은 이날 밤 9시쯤 우선 안창호라는 가명으로 된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통장이 예금주인 이모씨가 문제의 CD를 매입한 6월21일자 실명으로 통장을 개설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다. 그러나 은감원 관계자는 『16일 적발된 건은 우연히 걸린 작은 일』이라고 밝혔다.
은감원은 전산실 직원 5명이 동원돼 밤늦게까지 작업하며 전산망을 조작한 것을 보면 이보다 많은,적어도 수건의 예금 수십억원이 불법 실명처리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검사를 계속하고 있다.
단자업계는 동아투금사건의 전산조작 행태로 미루어 적어도 이 회사 임원급 이상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으며 그 예금주는 동아투금과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는 큰손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단자사들이 중점관리하는 고객은 10억원이상 예금자(전체 개인고객의 15∼20%)인데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해 가·차명이 상당수며,이들이 가장 겁내는 것은 이자소득세 추징이나 과징금 이라기보다 국세청의 세무조사여서 편법요구 가능성이 여느 금융기관보다 높다는 금융계의 지적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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