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팔자일색… 22P 급락/실명제 첫날/사자는 사람없어 거래마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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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금융실명제의 전격 실시로 기업·가계와 전금융기관에 비상이 걸리면서 상당기간 경제계에 준비 미흡에 따른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전산망 미비로 금융소득의 종합과세를 96년이후로 미룰 정도로 각 분야에서의 사전준비가 불충분한데다 금융거래도 자기앞수표 사용 억제 등 기존과 크게 다른 새 틀을 짜야하기 때문이다.
또 장기적으로 경기부진속에 올해도 5% 안팎의 저성장이 예상되는 등 과거 두차례 실명제 유보때의 경제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점도 마음이 안놓이는 대목으로 등장하고 있다.
실명제실시 첫날인 13일 보유주식을 하한가로 내던지는 투매현상이 벌어진 가운데 『사자』가 없어 거래가 사실상 마비되는 등 증시가 극심한 위축현상을 보였다.
이날 주식시장에는 오후 2시현재 매도주문은 12만4천건,7천5백30만주에 이른 반면 매수주문은 7백30건,26만주에 그쳤다.
이에따라 첫시세가 형성된 오후 2시20분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2.79포인트나 떨어진 7백3.15를 기록했다.
특히 『사자』주문이 없어 거래규모가 37만9천주,53억원어치에 그친 가운데 그나마 거래된 3백개 종목이 모두 하한가에 거래되는 진기록이 연출됐다.
지금까지 개정 첫 시세에서 상승종목이 전혀없이 하한가 일색이었던 것은 지난 56년 증권거래소 설립이후 처음이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장기적으로보면 실명제 실시가 증시에 호재일수도 있기때문에 부하뇌동식 투매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주요 기업들은 실명제 실시가 발표되자 13일 그룹별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대처방안을 논의했으나 금융시장 왜곡에 따른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비실명예금에 대한 정부의 자금출처 조사가 일시에 이뤄질 경우 금융계에 큰 혼란이 일어나고 기업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빚어질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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